‘대한민국 동반성장’…해외에서 길을 찾다

홈쇼핑‧마트‧백화점,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대기업-중기 상생 성공사례

CJ오쇼핑의 말레이시아 채널인 CJ와우샵의 PN풍년 냄비 판매 방송 장면. CJ오쇼핑 제공
대한민국 경제에 동반성장이 숙제로 떠오른지도 6년이 지났다. 2010년 말 이명박 정부 당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며 동반성장을 추구해왔지만 그 길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형마트 영업제한과 적합업종 등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보호 등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영세상인간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동반성장의 해답을 해외에서 찾아가고 있다.

◇ 유통업계의 상생, 해외진출의 무기 ‘중기’

멕시코 CJ그랜드쇼핑의 'Glasslock' 판매 방송 장면
TV홈쇼핑과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전자상거래업체들과의 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된 국내시장의 부진을 타개하고자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중국을 시작으로 9개국에 진출한 CJ오쇼핑은 해외 취급고(거래액)이 200억원 미만에서 지난해 2조735억원으로 12년 만에 10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 취급고는 전체의 40%에 이르고 그중 9%(1860억원)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었다.


대형마트도 공격적인 해외진출로 중소기업의 지원군이 되고 있다.

2013년 홍콩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한 이마트는 불과 3년만에 수출 실적이 13배로 급증했다. PL(Private Label. 자체 상표) 제품 등 공동개발이나 중소기업 자체 제품들을 미국 아마존, 중국 카올라 닷컴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169개 점포를 통해 농산물 등의 해외판로를 열어주고 있다.

◇ 인도에서 멕시코까지, 한국 프라이팬의 해외주방 접수기

PN풍년이 인도시장용으로 개발한 프라이팬 세트
1954년 창업한 한국 압력밥솥의 대명사 ‘PN풍년’은 해외시장 확대가 간절했다. 이때 인도 주방용품 시장을 노리던 CJ오쇼핑이 협업을 제안했다.

CJ오쇼핑의 글로벌 수출 전담 자회사인 CJ IMC의 인도 담당자는 PN풍년측에 우리나라 프라이팬 크기보다 작고 깊이가 얕은 직경 26㎝짜리 프라이팬 타와(Tawa)의 개발을 권유했다. 인도 빵인 ‘난’의 일종인 차파티를 굽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인도 주부들이 좋아하는 오렌지 색상도 놓치지 않았다.

이를 통해 PN풍년은 2013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인도에서 9만5천여 세트를 판매하는 대박을 터뜨려 80억원 가량의 매출(누적)을 올렸다.

CJ오쇼핑과 PN풍년은 이어 터키, 베트남, 필리핀, 멕시코, 말레이시아로 해외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멕시코 유력 방송인 텔레비사(Televisa)의 CJ그랜드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한 냄비와 프라이팬은 주방용품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PN풍년의 성공은 국내 유통업체의 해외 네트워크 및 마케팅 능력과 중소기업의 기술이 효과적으로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유통업체는 해외시장 정보와 소비자 기호 등을 수집해 중소기업에게 제공하고 중소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있는 제품을 생산해낸 것이다.

CJ오쇼핑 글로벌 상품개발팀 강은영 대리는 “인도시장의 95%를 중국 제품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눌러서 찍어내는 프레스형 중국 프라이팬과는 달리 국내업체의 주물제조식 다이캐스팅 프라이팬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현지 고객의 소비성향을 분석해 PN풍년에 전달했고 PN풍년 측이 현지 니즈에 맞아떨어지는 고품질의 제품을 개발해줘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물제조 방식인 만큼 제품 단가가 문제였지만 여기에 대기업의 ‘갑(甲)질’은 없었다. CJ오쇼핑은 인도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약속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제품 단가 인하를 유도했다.

PN풍년 해외사업팀 김지영 과장은 “제조공법상 단가를 낮추기 어려웠는데 CJ오쇼핑은 막무가내로 가격을 낮추라는 게 아니라 인도시장에 대한 청사진과 비전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줬다”면서 “이로 인해 원자재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출 수 있었고 실제 CJ오쇼핑은 판매를 통해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현지 정보나 네트워크는 물론 항공비와 체류비 등 비용문제까지 큰 장벽이다.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CJ오쇼핑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해외 홈쇼핑시장 진출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높아졌다. 자사의 기술력과 제품 품질을 바탕으로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데 CJ오쇼핑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 KCON과 20대 ‘봉 고데기’ 사장의 희망

'KCON 2015 USA' 비즈니스 컨퍼런스 전경. CJ E&M 제공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한류도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한류를 주도하는 CJ E&M은 KCON(케이콘), MAMA(Mnet Asian Music Awards) 등 글로벌 K-POP 콘서트에 중소기업들을 초청해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행사를 지난 2014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다.

CJ E&M이 미국, 일본, 홍콩에서 개최한 6차례의 한류콘서트에는 회당 평균 45개 중소기업이 참여해 총 54억원의 계약이 성사되는 실적을 보였다. 오는 7월 29~31일 열리는 ‘KCON 2016 LA’에도 50개 업체가 참여한다.

주로 한류와 연계성이 높은 미용, 패션, 생활용품 분야의 기업들을 모집해 제품 판촉과 해외 바이어 상담, 실제 수출 계약 등 전 과정에 걸쳐 사전 멘토링과 수출상담회 개최, 통역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참여한 중소기업들의 호응도도 높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KCON 2015 Japan’에서는 95% 이상이 재참가 의사를 밝혔다.

KCON 2015 USA 참여를 계기로 CJ올리브영 명동점에 입점한 보다나 진열대(오른쪽)
특히 행사 후 CJ그룹의 유통사 입점, 방송을 통한 제품 소개 등 국내 사업 확장의 기회도 준다는 게 특징이다.

봉고데기 업체인 보다나는 ‘KCON 2015 LA’ 참여를 계기로 CJ올리브영 상품기획자(MD)와 함께 기존 제품의 단점을 개선해 지난달 CJ올리브영 명동점에 입점했다. 입점 1주일만에 매출이 30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헤어가전 2위 브랜드로 부상했다.

보다나 최수정(27) 대표는 “KCON 참여는 큰 기회가 됐다. 해외진출을 위한 비용부담 해소는 물론 바이어 상담 주선, 통역 등을 지원받아 해외시장 진출까지 타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특히 국내에서도 온라인에서 명동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 채널을 넓힐 수 있게 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한류스타들이 출연하는 KCON과 함께 하다보니 해외 젊은이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광고 효과가 컸다”면서 “중소기업으로서는 한류스타를 통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재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CJ E&M 김찬혁 차장은 “한류라는 한국 문화가 해외 젊은이들에게 사랑받고 이를 통해 한국 중소기업의 우수한 제품들을 알리는 상생의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면서 “해외에서 한국제품을 사용하면서 ‘KOREA’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생활 속에 파고 들고 이는 다시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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