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로저스, 승리 빼고 다 보여줬다

'2승 사냥 실패'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전에 선발로 나왔지만 2승 사냥에 실패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가 1경기에서 승리를 제외한 모든 것을 보여줬다.

탈삼진과 견제구 등 투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과 더불어 실책, 보크, 주자를 신경 쓰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도 동시에 나왔다.


로저스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 원정에 선발로 나와 7⅓이닝 4피안타 6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팀 타선 침묵으로 시즌 2승 사냥에 실패했다. 한화는 1-2로 져 2연패에 빠졌다.

한화는 1회초 선취점을 뽑아 로저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정근우가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안타를 때려내 포문을 열었다. 이후 후속타자 불발로 2사가 됐지만 김태균과 윌린 로사리오가 연속안타로 정근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로저스도 이에 보답하듯 1회말 넥센의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로저스는 2회말에 결정적인 실책을 범해 넥센에 점수를 헌납했다. 로저스는 1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박동원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이후 홈으로 들어오려던 3루 주자 대니 돈에 몸을 날려 태그를 시도했다.

간신히 글러브로 태그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공이 글러브가 아닌 로저스의 오른손에 있었다. 결국 빈 글러브에 태그를 당한 대니 돈은 웃으며 홈에 들어왔고 박동원도 1루에 무사히 안착했다.

로저스는 태그를 했다고 항의했지만 심판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재빨리 3루수에 송구했다면 실점을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로저스의 욕심이 참사를 불러왔다.

실책으로 흔들린 로저스는 이후에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후속 타자 임병욱을 상대하던 중 1루에 있던 박동원이 2루 도루를 시도한 것. 포수 조인성은 박동원의 움직임을 파악해 재빨리 로저스에 2루로 던지라고 알렸지만 던지는 시늉만 할 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관심 도루가 이뤄진 것이다.

로저스가 임병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크게 문제 되진 않았지만 좋지 않은 장면을 만든 것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로저스는 어이없는 보크도 범했다. 로저스는 3회말 1사 1루에서 주자 박정음을 잡기 위해 1루 견제를 하던 중 공을 손에서 놓치며 보크를 범하고 말았다. 상대 주자를 득점권에 진루시키는 뼈아픈 보크였다. 흔지 경기에서 나오지 않는 보크를 로저스는 범한 것이다.

로저스의 보크를 본 서재응 SBS sports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도 한국과 같은 보크 룰을 가지고 있는데 로저스가 왜 저런 실수를 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로저스의 저런 자세는 매우 좋지 않다"고 따끔한 충고를 날렸다. 보크를 범하고 난 이후의 발언이었지만 앞서 주자를 신경 쓰지 않는 로저스의 태도를 꼬집는 말이었다.

로저스는 보크 이후 2루 주자를 견제구로 잡아 스스로 불을 껐지만 태도 논란이 붉어지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물론 나쁜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로저스는 최고구속 151km에 달하는 공으로 넥센에 안타 4개만의 내줬을 뿐만 아니라 삼진도 6개나 솎아냈다.

분명 로저스는 이날 뛰어난 피칭을 선보인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선수로의 자세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로저스는 시즌 3패째(1승)를 안았다. 한화는 올 시즌 가장 먼저 30패째(11승1무)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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