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에 생매장까지…잔혹한 애견 유통시장

강아지 유통 '불법 투성이'…펫샵 판매가 4배 뻥튀기

SBS 'TV 동물농장' 방송화면 캡처.
애완동물 번식장, 이른바 ‘강아지공장’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의사 면허도 없는 번식사업자가 마약류를 사용해 직접 제왕절개수술을 하고, 판매되지 않은 반려동물은 잔인하게 생매장 처리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사설 경매장과 펫샵(pet shop)을 통해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애완동물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 판매행위다.

여기에, 강아지공장과 경매장, 펫샵 등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애완동물 판매가격은 최소 4배 이상 부풀려져, 묻지마 시장이 된 지 오래됐다. 반려동물 관련 모든 행위가 일반 상식선을 뛰어 넘었다고 보면 된다.

◇ 반려동물 유통시장, 불법이 지배…번식장 90%25 불법시설

얼마 전까지 애완동물 번식장과 경매장을 직접 운영했던 강주영(52세)씨는 “한 2년 정도 번식사업을 했는데 마음의 가책을 받아 도저히 더는 할 수가 없었다”며 “강아지를 판매하는 과정이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비윤리적인 행위였다”고 고백했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유통시장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편법과 불법이 지배하고 있다. 먼저, 반려동물을 공급하는 번식장 자체가 90% 이상 불법시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행 동물보호법은 생산업과 판매업으로 구분돼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아지공장이 생산업에 속하며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된다.

전국에 187개 업체가 신고절차를 마치고 정식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신고하지 않은 불법 업체가 최소 2천개가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번식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동물 학대 가운데 가장 일상화된 것이 임신기간 조절과 불법 조기 출하다.

개는 임신기간이 60~63일이다. 이후 강아지가 태어나면 60일 정도 수유기간과 20여일의 안정화 기간을 거치면 재임신이 가능해 진다. 출산 후 다시 임신을 하기 위해선 최소 5개월은 지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번식장들은 임신촉진제 등 약물주사를 통해 재임신 가능기간을 4개월 정도로 줄여 1년에 많게는 3번 출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강씨는 “동물은 환경이 나빠지면 종족번식 본능 때문에 오히려 발정기가 빨리 온다”며 “번식장들이 개와 고양이를 비좁은 철창에 가두고 학대하는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갓 태어난 어린새끼는 몸집을 줄여서 빨리 판매하기 위해 모유 수유기간을 절반으로 줄인다.

강주영 씨는 “현행 동물보호법은 강아지가 태어나면 2개월 이상 모유를 먹인 뒤 이유식 단계를 거쳐 판매하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거의 모든 번식장들이 한 달 만에 모유 수유를 끊고 5일 정도 이유식을 먹인 뒤 경매장을 통해 판매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반려동물을 찾는 구매자들이 무조건 작고 귀여운 애들만 선호하다보니, 몸집을 줄이기 위해 갓 태어난 새끼를 어미와 강제로 떼어 놓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펫샵에서 2달 된 강아지라고 하면 실제는 한 달 조금 넘은 애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경매장 역시 불법시설 난무…묻지마 상장에 수수료 5%25 챙기고 탈세


번식장을 떠난 애완동물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경매장으로 옮겨진다. 동물보호법상 경매장은 일반 펫샵과 함께 판매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현재 정식 등록된 경매장은 경기도 4개, 대전 4개 등 전국에 17개 업소가 있다. 그런데, 동물보호단체들은 경매장 역시 불법시설이 100여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간사는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리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경매장이 전국에 얼마가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완동물 경매장은 별도의 경매사 없이, 번식장 업주가 당초 가격을 정하면 펫샵 주인과 대형마트 판매점주 등이 경쟁을 벌여 낙찰가격을 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경매장은 낙찰가격의 5%를 수수료로 받아 챙긴다.

김 간사는 “정상적인 경매장이라면 태어난 지 두 달이 안 된 동물은 아예 상장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상식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워낙 불법시설이 많다보니까 수수료만 챙기고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애완동물 가격만 올리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국내에서 경매장을 통해 유통되는 애완동물이 연간 최소 2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펫샵, 대형마트 애완동물 판매점…“경매가격의 최소 4배 이상 챙긴다”

경매장에서 낙찰된 애완동물은 펫샵이나 대형마트 판매점에서 전시, 판매된다. 현재 등록된 이들 판매시설은 3천300여 개에 달한다.

이들 판매시설은 애완동물을 길게는 3개월 정도 보유한 뒤, 최종 판매되지 않는 동물은 처음 생산된 번식장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강주영 씨는 “사료비와 관리비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보통 3개월이 지나면 처분하게 되는데 직접 처리하지 않고 번식장에 되돌려 보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번식장은 펫샵에 반환비를 주지 않는다. 펫샵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기 때문에, 펫샵은 애완동물의 판매 가격을 산정할 때 예상 손실분까지 감안해 높게 책정하게 된다.

강씨는 “애완동물 판매가격은 경매장 경락가격 보다 최소 4배 이상 비싸다고 봐야 한다”며 “말티즈 강아지를 경매장에서 10만원에 사왔다면 최종 판매가격은 40만원대에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매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판매가격 마진율은 낮아진다”며 “100만원짜리 동물을 400만원에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200만원 대에 판매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 애완동물 불법유통…“판매 관리 까다롭게 적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그렇다면 반려동물 선진국들의 유통시장은 어떨까? 독일은 팻샵이 금지돼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만 입식해서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도 펫샵을 금지하는 주가 많다.

일본은 펫샵을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공개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연간 10만 마리 정도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유기동물만 입식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애완동물 과잉생산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판매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간사는 “동물은 엄연한 생명체인데도 마치 물건처럼 재고처리 대상이 됐다”며 “경매장과 펫샵 같은 판매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가격기준 등을 까다롭게 적용할 경우 팔리지 않아 억울하게 생매장되는 애완동물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유통업체를 솎아낸 뒤에 합법업체를 대상으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올바른 생산과 유통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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