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야심가?…'열대성저기압' 반기문 바람, 태풍 될까

이 사람의 키워드-반기문의 '적(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자료사진)
세계의 외교관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관된다.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을 거쳐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던 1996년, 그에 대한 주변 평가는 이러했다.

"치밀한 일처리와 세련된 매너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외무고시 선두주자"(매일경제)
"성품이 온화한 데다 겸손해 주위에 적이 없는 게 최대 장점"(동아일보)
"겸손한 성격으로 상하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는 스타일"(경향신문)

모두 '적이 없다'는 것으로, 외무고시 선배들보다 앞서 승진하던 1985년 반 총장이 외교부 선후배 및 동기 100여 명에게 '미안하다'는 친필 편지를 쓴 에피소드는 아직도 유명하다.

관계의 어긋남을 꺼리는 그의 기조는 어린 시절 세워진 듯하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1962년 청소년적십자국제대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해 당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뒤 남긴 수기에 보면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온다.

"미국 사회는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에게 너무나 많은 자유를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나 많은 자유가 적절치 않다는 뜻인데, 당시 우등생들의 공통된 정서는 아니었나 보다.

반기문 총장이 포함됐던 청소년 방미단 4명중 1명이면서 당시 경기고 학생회장이던 곽영훈(現 사람과환경 회장)은 귀국 직후 낙하산 교장 반발 시위를 주동한 것으로 몰려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으니 말이다.

이처럼 일찌감치 모범생의 길을 택했던 그는, 적이 없는 공무원 생활을 거쳐 2006년 지구상 최고 최대의 국제기구 수장에 올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윤창원 기자)
◇ 적이 없는 반 총장, 적진에 뛰어들까?

세계 외교가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 않았다.

'무탈하다'는 것인데,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 색채가 더해졌다.

2009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어디에도 없는 남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유엔을 무력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평가했고, 같은 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UN의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반 총장의 능력을 평가절하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사무총장직 연임 도전의 일성으로 그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보다 강한 유엔을 건설한다는 나의 처음 계획은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모범생 이미지의 한계는 여전해서,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임기 마지막을 향하는 반 총장을 향해 최근 쐐기를 박았다.

잡지는 그를 두고 "강대국들에 맞서는 것을 싫어한 가장 활기 없는, 최악의 총장 중 한명"으로 규정하고 "반 총장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5개국이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무난한 사람"이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기문 대망론이 커져가고 있다.

25일 방한 일정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그가 만나는 사람과 그의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반기문 총장이 발도 들이지 않은 국내 정가에서 그는 태풍의 눈인데 반해 현재 활약중인 세계 외교가에서는 태풍으로 큰 적 없는 열대성 저기압인 셈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

출마를 기정사실화한다면 날카로운 검증과 비판의 칼날은 추켜질 것이고, 반 총장은 수많은 '적'들을 향해 돌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대단히 생소한 경험을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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