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노조 측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소지가 있는 만큼 반드시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와 사측은 문제 될게 없다는 입장이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노조 측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상조사를 벌이며 법정 소송 불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오는 9월 총파업 투쟁도 예고했다.
◇ 금융공기업 9개 중 6개 도입…나머지도 '곧'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저녁 기업은행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결의했다. 이사회에 앞서 기업은행은 이날 직원들을 상대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개별 동의서를 받았다.
9개의 금융공기업 중 기업은행을 포함해 6곳이 지금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중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사회 결의를 통해 도입했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도 이번 주 안으로 이사회를 열고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은 마무리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 금융노조, "박근혜 정부의 쉬운해고 신호탄"
전국금융산업노조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사측이 노조와의 합의가 아닌 '이사회 결의'라는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번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박근혜 정부의 쉬운해고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금융노조 측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완화지침이나 저성과자 해고지침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의 핵심"이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공공부문부터 시작해서 전체 민간부분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금융노조, 법정 소송 불사
금융노조 측은 정부와 사측이 더이상 대화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꾸린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진상조사단은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그동안의 사업장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금융노조 측이 제시한 쟁점은 ▲ 성과연봉제의 성격 판단 ▲ 개별 동의서 자체 법적 효력 등 두 가지다.
근로기준법(94조)은 '근로자에게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개정할 경우엔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취업자에게 불리한 규칙인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금융노조 측은 개별 동의서 자체에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례에선 노조의 동의를 '자율에 의한 집단적 동의'로 보고 있어 사측이 받아낸 개별 동의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게 그 근거다.
금융노조 측은 "성과연봉제로 변경하는 것은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 이런 때에는 대법원은 일부라도 손해를 보게 된다면 불이익변경으로 해석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별적인 동의서 받는 것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집단으로 동의를 받도록 돼 있어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 정부와 사측 "근로자 불이익 아냐"
정부와 사측은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의 불이익으로 볼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사측은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총액이 감소하지 않고 다수가 수혜 대상"이라며 "근로자 불이익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기준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도 지난 23일 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노사 합의를 권장하지만 판례와 관계법령 등에 따라 개별 기관이 의결하거나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 금융노조, 9월 총파업투쟁 예고
앞서 정부는 공기업의 경우 다음 달 말, 준정부기관은 올해 말까지 관계 법령과 지침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63개 기관이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기로 했으나 이 가운데 12개 기관은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지난 20일 처음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여야 3당은 성과연봉제 도입 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여야 3당이 정부 측에 강조한 내용이지 정부와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정부와 사측이 노조를 배제하고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부치는 모양새로 비춰지면서 정치권의 개입이 본격화됐고, 금융권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에 금융노조는 개별 사업장을 돌며 동력을 확보한 뒤 9월 총파업 투쟁에서 정부와 사측을 규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 측은 "금융 공기업만 있는게 아니고 전체 34개 사업장이 있다"며 "공공부문에만 한정된게 아니라 전 사업장으로 확산될게 뻔하기 때문에 9월 전체 34개 사업장에서 총파업투쟁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