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문현동에 있는 63층짜리 부산국제금융센터 건물은 높이가 무려 298m에 이르러 헬기 조종사들 사이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지역으로 꼽힌다.
높이가 150m가 넘는 초고층 시설물은 야간뿐만 아니라 날씨가 흐리거나 황사나 먼지가 많이 낀 낮에도 건물을 식별할 수 있도록 밝은 빛을 내는 고광도 항공장애표시등을 설치해야 한다. 항공기 조종사가 미리 위험을 인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센터에 설치된 항공장애표시등은 기준밝기의 1/10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불량제품이 달려 있어, 자칫 기상악화로 건물을 식별하지 못할 경우 충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부산지역 70여 곳에 설치된 송전탑의 항공장애표시등은 모두가 불량이다.
때문에 경찰과 소방 항공대에서는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송전탑 고압선로 탓에 비행에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부산 소방 항공구조구급대 한 조종사는 "송전탑의 경우 낮에도 환하게 빛나는 항공장애표시등이 달려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표시등으로 송전탑을 식별해 본 적이 없다"며 "십수 년을 비행한 베테랑 조종사도 송전탑 근처를 지나갈 경우 사고 날 위험이 커 바짝 긴장한다"고 말했다.
수시로 해무로 뒤덮이는 높이 190m의 부산항대교나 화명대교에 달린 항공장애표시등도 규정에 미달한 제품이다.
실제 부산지방항공청이 지난해 송전탑을 제외한 부산지역 항공장애표시등 211개소를 점검한 결과 127개소가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수의 무려 60%가 넘는 항공장애표시등이 불량 제품인 것이다.
항공학회 한 연구원은 "항공장애표시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도심을 비행하는 헬기의 경우 해무나 안개가 많이 꼈을 때 고층 시설물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를 알 수 없게 된다"며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조종사가 육안으로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장치인 항공장애표시등. 해무와 안개가 잦은 부산지역 상황을 고려하면 언제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