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은 '블루칼라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그는 평생 노동자와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는데 힘썼다.
이번 수상작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도 예외는 아니다. 병에 걸린 목수가 복지 수당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은 영국 노동자들이 처한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폭로한다.
켄 로치 감독의 데뷔작은 1967년 영화 '불쌍한 암소'다. 이 때부터 60년대 영국 프리 시네마 운동에 앞장서, 영국 노동자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도입해 배우가 아닌 인물들을 영화에 출연시켜 영국 하층계급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1980년대에는 노조 운동, 광부들의 애환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검열로 인해 방송되지 못하기도 했다.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칸영화제와의 인연도 이 때 시작됐다.
켄 로치 감독은 1990년 영화 '히든 어젠다'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1995년 스페인 내전을 다룬 영화 '랜드 앤 프리덤'으로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거머쥐었다. 2009년에는 영화 '레이닝 스톤'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수도 없이 진출했지만 황금종려상과 인연이 없었던 그는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첫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된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나선 청년들의 치열한 청춘을 담은 영화다.
이후로도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은 꾸준히 이어졌다. 2014년에는 영화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은퇴작이라고 했던 영화 '지미스 홀'은 지난해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후보에 오르는데 그쳤다.
그리고 1년 후, 영화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가 그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은퇴작'이라고 공언했지만, 향후 켄 로치 감독이 어떤 행보를 걷게 될 지는 미지수다. 한 번 은퇴를 번복한 반가운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못다한 이야기를 펼쳐 나갈 수도 있다.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감추지 않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