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총아'로 불리는 캐나다 출신 자비에 돌란(27) 감독은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단지 세상의 끝'(It's Only the End of the World)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 있는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자비에 돌란 감독은 심사위원대상에 호명돼 무대에 올라 눈물을 쏟았다.
돌란 감독에게 상을 안긴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은 불치병 탓에 가족의 곁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던 작가가 12년 만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돌란 감독은 앞서 2014년 제6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마미'(MOMMY)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칸영화제 역대 최연소 경쟁 부문 진출·수상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종전 기록은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26세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갖고 있었다.
자비에 돌란은 열아홉 살에 만든 작품 '아이 킬드 마이 마더'(I killed my mother·2009)를 시작으로 '하트비트'(2010), '로렌스 애니웨이'(2012), '탐 엣 더 팜'(Tom at the farm·2013) 등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2009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세 개의 상을 받았으며 하트비트는 2010년, 로렌스 애니웨이는 2012년 각각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탐 엣 더 팜은 2013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작품이다.
사실 돌란 감독의 신작인 단지 세상의 끝은 영화제기간 '스크린 데일리'로부터 4점 만점에 1.4점, 르 필름 프랑세즈로부터는 2.1점을 얻어 최하위권에 머물며 수상과는 멀어지는 듯했다.
이번에 예상을 깨고 단지 세상의 끝으로 심사위원대상까지 거머쥐며 돌란 감독은 '칸의 총아'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 작품이 프랑스의 천재 극작가·연출가 장 뤽 라가리스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과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가스파르 울리엘 등 프랑스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면도 수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찬욱 감독 역시 칸이 선호하는 작가로 이름 나 있다. 앞서 영화 '올드보이'(2003)로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박쥐'(2009)로 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해 온 그였기에 박쥐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아가씨에 대한 기대감도 적잖았다.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이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드보이와 박쥐처럼 아가씨 역시 원작이 있다.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인데, 원작과는 다른 긴장과 서스펜스를 만들어 온 박 감독의 전문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던 임승용 프로듀서가 원작을 먼저 발견했고 (아가씨의) 영화화를 제안했다"며 "눈에 보일 듯 생생한 묘사와 놀라운 반전, 무엇보다 살아 움직이는 매력과 개성을 뽐내고 있는 캐릭터들에 반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박 감독의 아가씨에 대한 점수는 엇갈렸다. 스크린 데일리 2.1점, 르 필름 프랑세즈 1.7점으로 하위권에 머문 것과 달리, 갈라 크로와제트로부터는 2.7점으로 괜찮은 점수를 얻기도 했다.
더욱이 박찬욱 감독이 전작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2009년 칸영화제 당시 스크린 데일리의 점수가 2.4점이었다는 점도 수상의 여지를 남겨두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러한 영광이 박 감독에게서 돌란 감독에게로 넘어간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