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금소?…소비자 가격 43%가 '유통거품'

[한우 대 해부 ②] 대형마트, 한우 고기 팔아 45% 폭리

한우의 사육두수가 줄면서 지난해부터 산지 출하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 충북 음성의 농협 축산물 공판장에서 경락가격이 1390만원인 금소가 나왔다. 이 소는 최근 한우 농가수취율과 유통비용률을 감안하면 최종 소비자가격이 2400만 원은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소 1마리의 중간 유통비용이 무려 1000만 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한우 출하가격뿐만 아니라 중단 유통단계에서 잔뜩 거품까지 끼면서 일반 서민들은 소고기 자체가 그림의 떡이 됐다. CBS노컷뉴스는 한우 출하부터 도축, 해체, 도매, 소비까지 단계별 가격을 해부해 소고기 유통시장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600kg 소 1마리 잡으면, 안심 6.5kg, 토시살 0.9kg
② 한우는 금소?…소비자가격 43%25가 '유통거품'
◇ 한우 유통 거품, 출하가격 851만원 → 소비자가격 1489만원

(그래픽=노컷뉴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해 연말에 발표한 자료 가운데 한우 유통에 대한 의미 있는 조사분석 결과가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절식체중' 713kg인 거세 한우(1+ 등급)의 지육경락가격은 851만원이었다. 이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산지 출하가격 또는 농가수취가격이다.

이어, 도매상인 식육포장처리업체에 넘어간 지육은 정육과 뼈, 지방으로 해체돼 부분육 경매를 통해 1086만 원이 됐다.

이 중 정육(등심, 갈비, 양지 등)이 1044만원, 뼈(사골, 도가니 등)가 42만원이다. 1차 도매단계를 거치면서 유통비용이 235만원이나 더해진 것이다.

이렇게 정육과 뼈로 포장된 부분육은 다시 백화점과 할인매장, 정육점 등에서 판매됐는데 소비자가격이 1489만원에 달했다. 소매단계에서만 유통비용이 403만원이나 추가됐다.

결국, 절식체중 713kg인 거세 한우가 산지 출하가격 851만원에서 최종 소비자가격은 1489만원으로 유통비용만 무려 638만원이나 발생했다.


이는 소비자가격에서 농가수취율이 57.2%, 유통비용률은 42.8%를 차지했다는 것을 말한다.

유통비용 가운데 소매단계가 27%, 도매단계 14.2%, 출하단계 1.6%로 소매단계에서 유통비용 발생이 가장 많았다.

특히, 소매 업태별 소비자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대형마트는 1857만원으로 평균 소비자가격인 1489만원에 비해 무려 24.7%나 비쌌다.

또, 대형마트의 소매단계 유통비율이 45%에 달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소고기의 소비자가격 가운데 45%가 마트 이윤이라는 의미다.

이에 반해, 슈퍼마켓은 1449만원, 정육점은 1352만원으로 평균 보다 저렴했다.

◇ 한우 등심, 갈비의 유통거품은?

(그래픽=노컷뉴스)
그렇다면, 선물용과 일반 구이용으로 주로 소비되는 한우 등심과 안심, 갈비 등 선호부위는 유통거품이 얼마나 끼어있을까?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부분육 경락가격(도매가)은 1kg에 평균 2만1275원에 달했다.

이 중에 특수부위가 6만4396원으로 가장 비쌌고, 안심이 5만9200원, 채끝 살이 5만5542원, 등심 5만5343원, 양지 3만145원, 앞다리 2만5818원, 갈비가 1만4259원, 사골 3540원 등이었다.

여기에, 평균 농가수취율과 유통비용률을 적용해 각 부위별 유통비용을 살펴보면, 안심의 경우 당초 산지 출하가격이 1kg에 4만6250원에서 도매가격이 5만9200원, 소매가격은 8만937원으로 폭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등심은 당초 1kg에 4만4236원에서 도매와 소매단계를 거치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이 평균 7만7413원이 됐다.

이렇다 보니, 일반 음식점에서 한우 특수부위와 등심, 채끝 살 등이 1인분 150g에 2만5천원 이상 판매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 한우 유통시장, 공개된 가격정보가 없다…소 값 오를수록 유통 상인 배불리는 체계

(그래픽=노컷뉴스)
국내 한우 유통시장은 농가에서 도축장까지 수송비와 수집상 수수료, 여기에 도축장 도축비와 등급 판정비용, 경매 상장수수료, 한우자조금 납부비 등 출하단계 비용은 사실상 모두 공개된 상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 같은 출하비용은 소 1마리 당 약 38만 원 정도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 비용은 전체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안팎으로 크지 않은데다, 머리와 족, 내장 등 부산물 판매비로 상당수 대체하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문제는, 도매단계와 소매단계의 유통비용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안동호 유통조사과장은 "우리나라는 산지 출하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도매 상장수수료와 도살처리수수료의 요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은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과장은 또, "한우 고기의 유통시장을 관리할 통계자료가 아무것도 없다"며 "요즘처럼 한우 공급량이 줄어들면 중간 유통 상인들이 오히려 가격을 올려 이득을 많이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렇기 때문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50% 가까운 폭리를 취해도 통제할 근거와 수단이 없다.

특히,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찬반논란이 일고 있는 김영란법과 관련해 선물 상한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대된다 해도, 이처럼 한우 유통시장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지 않는 한 한우 고기 선물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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