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사장 김재홍)는 22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전망과 미국이 활용 가능한 보호무역 수단" 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선 후보의 통상정책에 따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7일 외교정책 연설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미 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미국이 이미 체결한 FTA들이 국내 제조업 일자리를 파탄내고 있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TA 무효화의 가능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는 등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가운데, 도리어 극단적 보호주의에 대한 국내외 역풍만 거세질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미국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보호무역주의 여론으로 인해 환율조작, 지적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제재 강화가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호무역주의 제재 대상국으로는 중국, 일본, 한국은 물론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
가령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중국의 지재권 침해 및 보조금 지급 등의 불공정 행위 등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 대해서는 멕시코산 자동차에 35%의 관세를 부과해 자국 대신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막고, 양국간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동북아 전통 우방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대미 무역흑자국이라고 비판하고, 양국이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정책의 무임 승차국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트럼프의 극단주의적 보호무역주의가 대선 캠페인에서 예상 밖 돌풍을 일으킨 것과는 대조적으로 주요 전문기관들의 평가는 차갑다.
무디스와 옥스퍼드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중국과 멕시코 등 주요무역 대상국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성장이 1% 이상 감소하는 한편 100만개 이상 일자리가 증발할 것으로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징벌적 관세 부과시 글로벌 교역 질서 혼란과 달러 가치 인상으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2750억 달러 가량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KOTRA 보고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후보도 보호무역 성향을 보여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신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의 통상환경이 변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관련, 미국 대통령 단독 권한으로 협정 무효화는 어렵지만 대선과 같이 치러지는 의회 선거결과에 따라 FTA 재협상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지나친 장미 빛 해석 대신 우리나라의 대미 상품무역 흑자가 증가하는 반면 서비스무역은 적자를 보는 상황을 고려해, 좀 더 균형잡힌 시각으로 대미 교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상품 수출 일변도의 대미 교역패턴을 넘어서 기술 등 기업간 상생교류와 첨단산업분야 인적교류를 통해 양국간 고부가가치 협력 모델로 변모해야 할 시점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수입 철강 등에 대거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부과하는 등 덤핑 및 보조금 지급 관행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고, 개도국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점은 한·미 양국 통상 관계의 변화에 대해 매우 큰 시사점을 제시한다.
이종건 KOTRA 워싱턴 무역관장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통상 공약에 대해 지나친 확대 해석은 경계하되, 미국 행정부 및 의회 내 미묘한 분위기 변화를 포착하여 적절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