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자신의 별을 쫓아간다"…창조적 예술가란

신간 '발칙한 예술가들', BBC 아트 디렉터 윌 곰퍼츠 지음

BBC 아트 디렉터인 윌 곰퍼츠는 예술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하며 지속적으로 품고 있던 질문이 있었다.

"애초에 '창조적 유형'은 타고난 것일까?"

신간 '발칙한 예술가들', 이 책은 곰퍼츠의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크리에이티브란 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기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떠올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따로 있는 것만 같은 데 말이다. 윌 곰퍼츠는 그에 대한 해답을 16세기 예술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부터 현대의 앤디 워홀, 피카소, 데이비드 오길비 등 '발칙한 예술가들'에서 찾았다.

그들은 혁신이, 마케팅이, 광고가, 사업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타고난 본능으로 혁신을 실현했고, 그들의 발칙하고 창의적인 생각은 결과로 꽃을 피웠다. 그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돈이 되지 않는 예술'만 했던 것이 아니다. 자기 안의 숨겨진 재능을 결과로, 혹은 성공으로, 혹은 돈으로 본능적으로 연결시켰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것을 배울 차례이다. 그들의 생각법은 더 높은 평가와 보상은 물론, 삶 자체에 대한 깊은 만족감과 보람,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윌 곰퍼츠는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매료되었다. 그는 예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면서 영국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부터 아카데미상 다관왕인 여배우 메릴 스트립, 소설가, 영화감독, 과학자, 철학자까지 창조성을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차원이 다른 능력이 아니었다.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재능을 키우고, 결과로 연결시키는 매뉴얼적인 방법과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진짜 예술가들은 무언가를 함으로써 경제적으로도 윤택하고 대단한 명성도 얻게 된다. 그들은 초인이 아니고, 평범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결점이 있고 자신이 없어 움츠러들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상상력에 불을 지펴주는 무언가를, 잠재된 재능을 펼칠 통로가 되는 어떤 것을 찾고 키웠다. 그토록 멋진 성공을 이뤄낸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좀 더 창조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말이다.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 혹은 형편에 따라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며 힘들게 인생을 살아갈 때 예술가들은 그러한 타협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의 별을 쫓아간다. 환경이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만의 것을 한다. 그들에겐 용기와 고귀함이 넘친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 「01. 사업하는 예술가」 중에서

비극적일 정도로 짧은 생애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가인 고흐는 예술가가 사업가라는 말이 모순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동생이 빌려준 돈을 다 갚을 만큼 벌어줄 것이라 독려했고, 어떤 경우에도 중대한 의뢰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며,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요구에 맞춘 작품을 그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했다. 그림으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본인의 의무라는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19세기 후반에 2중 시점의 회화를 그려 미술사에 중대한 혁신을 불러온 세잔은 자신의 업적에 관해 사슬에 고리 하나를 더 이었을 뿐이라는 멋진 말로 예술가들 역시 타인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훔치고 있음을 증명했다.

피카소 역시 다르지 않았다. <황소> 연작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형태를 이루어 가는지 보여주며,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오는지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느끼는 모든 것을 편집하고, 연결하고, 결합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얻는 과정은 각각 떨어져 있는 것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견고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된다. 홀로 탄생하는 아이디어는 없지만, 독창적인 조합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하는 일은 발가벗은 채 세상 앞에서 "날 봐요!" 외치는 것과 같다. 창조성이란 '용기를 내는 것'이며,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하려면 스스로를 좀 더 믿어야 한다. 비틀즈가 거절당한 이야기나, '해리포터'의 J. K. 롤링의 수많은 퇴자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유명하다. 세상에 다비드 조각상을 선사한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분야에 맞지 않는 일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그림을 그려달라는 의뢰를 수락함으로써,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 없는 화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만약 미켈란젤로가 기술적 모자람을 이유로, 자신감의 부족을 이유로,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기 싫어서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 웅장함에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사업은 최고의 예술이라 말하는 앤디 워홀은 돈과 물질주의에 강렬히 사로잡혀 창작 활동의 주제로 삼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작업실을 공장이라 부르며, 유명인의 모습부터 달러까지 인쇄로 찍어냈다. 돈의 이미지를 만들어내 실제 돈과 교환한 셈이다. 이러한 그를 세상은 대중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예술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하지, 돈에 눈먼 예술가로 평가하지 않는다.

전설적인 영국 광고 회사의 경영자인 데이비는 오길비는 대학을 중퇴하고 호텔 주방에서 일했고, 조리용 스토브를 방문 판매했고, 여론 조사기관인 갤럽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는 이 모든 경험을 토대로 지금은 뉴욕에서 가장 잘 나가는 광고 회사를 설립했다.

당신은 어떤가? 창의적인 생각,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의 가치를 말해주는 시대이다. 우리가 예술가처럼 뛰어난 그림을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행위예술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주 특별해 보이는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했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장했고, 타인의 장점을 보고 배웠으며,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하나의 정답이란 없다. 당신이 인생의 어느 위치, 어느 순간에 있다 해도 예술가들의 발칙한 생각법은 당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빛나게 해줄 것이다.

윌 콤퍼츠 지음/강나은 옮김/알에이치케이/292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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