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일만큼 자신의 삶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아이가 있어야 하는 걸까라고 고민하는 기혼 여성들, 만혼이나 불임 때문에 아이가 없지만 내심 아이 없는 내 인생은 실패 아닐까라며 불안해하는 무자녀 부부들, 아이를 책임지는 일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미혼 남녀들에게 나의 고민만은 아니라는 공감과 지금의 삶이 결핍이 아닌 선택이라는 안도감을 끌어낸다.
저자 엘런 L. 워커는 중립자적인 시각으로 아이 없는 삶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이 없는 삶에는 삶의 다른 선택지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나아가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나 무자식 상팔자 같은 자조가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서 아이 없는 삶을 제안한다.
이 책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불안들이 쏟아진다. 가령 커플은 아이가 없기에 이혼이 더 쉽지 않을까 하는 고민, 싱글은 나처럼 아이 없는 삶을 원하는 짝을 만날 수 있을까, 이미 아이가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은 남의 아이를 돌보며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 등이다.
저자는 이런 사례와 함께 각 장마다 아이 없이 완전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질문을 정리해 넣어 충분히 숙고하도록 독려한다. 또한 아이가 없어서 생기는 불안은 아이가 있어서 드는 불안의 총량과 비슷하다고 말하며 살면서 누구나 겪는 불안 때문에 헛된 고민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누군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러분을 압박하거나 재단하려 들면 굳이 참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하기 바란다. 사생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되고, 인생의 선택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하고 싶으면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된다. 어떤 생활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명확히 인지할수록 불안감은 덜 느끼게 된다. 어느 길을 선택하면 또 다른 길은 포기해야 한다. 살면서 모든 길을 다 가볼 순 없는 것이다. _엘런 L. 워커
저자는 남편 크리스, 반려견들과 함께 아이 없이 산다. 그녀는 10년 전, 결혼 직후 처음으로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의문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미 한 번 결혼해 아이가 있는 크리스를 보면서 아무도 자신에게 “엄마”라고 부를 일도 자신의 아이에게 “사랑해, 아들”이라고 말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닫고. 갑자기 슬픔과 혼란에 빠졌다. 그녀는 몇 주 동안 울고 사색하고 대화하면서 안정을 찾았고 마침내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다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 없이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동성애인을 둔 마흔세 살 여성 질, 쉰 살의 싱글 여성 재키, 예순 살 남성 아노, 여든아홉의 이혼녀 미리엄 등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면서 서로 이런 삶을 살기로 결정하기까지 경험한 갈등과 고민을 진솔하게 나누었다. 그렇게 이 책은 그들과 나눈 이야기에 저자 자신의 경험을 자세하게 다뤄 완성되었다.
저자는 집필 초기 영어로 아이가 없다고 말할 때 사용하는‘childless라는 표현을 썼는데, 소리 내어 말할 때마다 부정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childless라는 용어에 중요한 무언가를 놓친 상실감이나 슬픔이 깃들어 있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자녀 양육 대신 다른 일에 자유로이 에너지를 쏟는 삶을 암시하는 childfree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 childless와 달리 childfree는 동일하게 '아이 없는'이란 뜻이지만 마치 '아이를 낳지 못한'과 '아이로부터 자유로운'의 차이처럼 인생의 선택에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과정을 탐색하면서 우리들의 성격이나 일상생활이 부모가 된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도 알고 싶었다. 알아보니 우리들은 오른손잡이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왼손잡이들처럼 가족 중심 사회에서 독특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나는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건강한 대처법을 제안하고 싶었다. _엘런 L. 워커
아이 없는 이들은 여전히 여러 편견에 맞서 분투한다. 특히 아이를 갖는 당사자인 여성은 더욱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책 전체를 할애해 ‘아이 없는 여성은 냉정하고 양육에 무관심하다’, ‘아이 없는 여성은 아이들을 싫어한다’,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여성은 이기적이다’, ‘아이 없는 여성은 삶을 지루해하고 공허해한다’, ‘아이 없는 여성들은 내심 아기를 몹시 갖고 싶어 한다’, ‘아이 없는 여성들은 불임이라 그런 거니 평생 슬퍼하며 살아갈 게 분명하다’와 같은 편견에 진지하고 신중하게 답한다.
저자는 “아이가 없으면 매일이 금요일 저녁 같다”고 말한다. 물론 사무실에서 힘들게 일하고 돌아오면 느긋하게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인 사람들은 퇴근하면 배고픈 아이들 저녁 챙기랴 온갖 집안일 하랴, 금요일조차 금요일답게 보내기가 불가능하다. 책에서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여유에 대해 샘이 날 만큼 이야기한다.
가령 저자는 남편과 매일 식사 준비를 분담하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아침은 남편이 저녁은 자신이 맡으며, 요리의 진가를 알아주고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과 사는 삶의 행복을 누린다. 저녁 식사 때는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노닥거리고, 저녁을 먹은 뒤 반려견과 함께 동네 산책을 나가는 사치를 부린다. 오십대 중반의 마크와 세라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포근한 침대에 눕거나 느긋하게 섹스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혼자 사는 재키는 “한때는 저녁으로 매일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은 적도 있어요. 집안일도 내 몫만 책임지면 되니까 좋아요”라며 웃음 짓는다.
“남편과 나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확실히 결정했다. 우리는 각자 사랑하는 직업에 몰두하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산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친구들은 꿈만 꿀 수 있는 삶을 우리는 실제로 살고 있다. 만약 아이를 가졌다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 삶을 말이다.” _p.171
우리는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고 남은 인생을 알차게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 저자는 당부한다.
앨런 L. 워커 지음/ 공보경 옮김/푸른숲/292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