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는 중요한 흐름에서 대타 출전 기회를 얻었다.
6회까지 1-3으로 끌려가던 시애틀은 신시내티가 불펜을 가동하자마자 반격에 나섰다. 7회초 안타 2개와 볼넷 2개, 몸 맞은 공으로 3-3 동점을 만들었고 무사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자칫하면 흐름이 끊길 뻔 했다. 신시내티의 좌완 마무리 토니 싱그라니가 넬슨 크루즈와 카일 시거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이다. 싱그라니는 앞선 3-2 상황에서 로빈슨 카노에게 몸 맞은 공을 던져 동점을 내줬지만 그래도 불을 끄는듯 했다.
양팀 모두에게 중요한 고비였다. 특히 올해 14번의 세이브 기회 중 10번을 날렸던 신시내티로서는 어떻게든 추가 실점없이 이닝을 끝내야만 했다.
이때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좌투수에게 약한 1루수 애덤 린드 타석 때 이대호를 출전시킨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이대호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승부의 균형을 깼다. 싱그라니가 던진 시속 151km짜리 2구 직구를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끊길 뻔 했던 시애틀의 좋은 흐름을 이대호가 되살린 것이다.
이대호의 활약은 계속 됐다. 이대호는 팀이 7-3으로 앞선 9회초 두번째 타석에서 우완 점보 디아스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월 솔로홈런을 때렸다. 시즌 6호 홈런.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포였다.
시애틀은 이대호의 막판 맹활약에 힘입어 8-3 역전승을 거뒀다. 이대호는 2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타율을 0.273으로 끌어올렸고 12타점째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이대호의 3타점이 막판 역전승을 완성시켰다'고 이날 경기의 제목을 뽑았다.
시애틀 언론은 이대호를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fan-favorite)'으로 종종 표현한다.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스플릿 계약을 감수하고 미국행을 선택,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시애틀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대호의 스토리는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경기 후 트위터에는 이대호에 찬사를 보내는 미국 내 시애틀 팬들의 글로 가득 찼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이대호! 고맙다!'
'이대호가 주전이 아니라 표본이 적긴 하지만 이대호는 현재 시애틀 타자 중 가장 높은 0.922의 OPS를 기록 중이다'
'이대호가 왜 주전 1루수가 아닌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좌투수, 우투수, 대타, 승부처를 가리지 않고 때리고 있다'
'나는 대호 리가 클리프 리보다 좋다'
'이대호는 시애틀 팀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선수 영입이 아닐까?'
'이대호는 현 시애틀 선수 중 최고일지도 모른다'
'이대호가 더 많은 타격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그 다음 그가 어떤 걸 해낼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