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이냐 '현실'이냐…기로에 선 교육감들

"선출직 기대 못 미쳐"…"중앙정부 예속된 상황서 불가피"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대전 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 18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반대 서명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한 설동호 교육감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기자/자료사진)
최근 잇따른 교육현안에서 지역 교육감들의 선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6. 05. 19 대전·세종·충남교육청, 시국선언 교사에 '엇갈린 처분')

선출직인 교육감들이 기대 이하의 행보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6. 05. 20 '진보 교육감들마저…' 미복귀 전교조 전임자에 '직권면직')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지난해 충청권 시·도교육감들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정화 반대 서명에 참여한 교사들에게는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대전시교육청은 1회 참여한 교원에 대해서는 '주의'를, 2회 참여한 교원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을 내리라고 각 학교에 지시했는데, 다른 교육감들은 불문에 부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대조를 이뤘다.


전교조 출신인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당선 이후 진보교육감으로서의 행보가 주목됐다.

그런 김 교육감은 최근 미복귀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해 "교육부 일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교육부와 갈등을 빚으며 교육감들이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나선 누리과정 문제에서도 두 교육감은 관련 예산을 전액 편성했다.

선출직으로서의 '소신'을 바랐던 지역 교육계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큰 상태다.

지역 각계 단체 67곳이 모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대전 범시민운동본부는 "주민 직선으로 뽑힌 교육계 수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행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현실'에 기댄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분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교육청에만 목적예비비를 차등 지원했던 교육부는 추가 지원 역시 예산 편성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고 지원 없이는 교육감이 추진하고자 한 다른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및 전교조 전임자 징계 문제에서도 교육부는 이행하지 않는 교육청에 법적·행정적 조치를 하겠다며 강수를 뒀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교육감을 직무유기로 고발해 유죄가 확정되면 교육감은 직을 잃게 된다"며 "보수·진보를 떠나 곤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해당 교육청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교육부의 엄포 역시 부담이다.

전형적인 '교육감 길들이기'라는 지적이다.

정책과 예산에서 사실상 중앙정부에 예속된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 한, 선출직으로서의 소신을 펼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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