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발표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더스틴 니퍼트는 외국인선수 중 드물게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야구장에 출퇴근하는 선수다. 예전에는 지하철을 탔다.
니퍼트는 19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오후 3시20분쯤 신호 대기를 하다 뒤에서 오는 차와 충돌하는 가벼운 접촉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니퍼트는 오른쪽 옆구리가 조금 결리는 정도의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두산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KIA의 동의 하에 선발투수를 진야곱으로 바꿨다.
KIA는 상대 선발투수가 우완 니퍼트에서 좌완 진야곱으로 바뀌자 당초 톱타자 출전 예정이었던 김주찬을 5번타순에 배치하는 등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지난 2경기에서 보우덴, 장원준 등 주축 선발투수를 상대해 연패를 당한 KIA로서는 니퍼트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게 어찌 보면 행운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KIA는 1회부터 3회까지 각각 1점씩 뽑았다. 그러나 잔루가 많았다. 대량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폭발시키지 못했다.
올시즌 11경기만에 처음 선발등판한 진야곱은 3이닝동안 6안타 2볼넷을 내주고 3실점했다.
반면, KIA 선발 양현종은 올 시즌 처음으로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3회까지 두산 타선을 잘 틀어막고 있었다. 분명 KIA가 유리해보이는 승부였다.
작은 차이가 승부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KIA는 실수를 했고 두산은 리그 1위 팀답게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4회말 1사 1루에서 양의지가 때린 타구가 우익수를 향했다. 오준혁이 낙구 지점을 잘못 판단했다. 잠깐 멈췄다가 다시 달려가봤지만 공은 우중간을 가른 뒤였다. 이어 에반스가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때려 두산이 2-3으로 추격했다.
이후 이날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김태환의 투수 앞 땅볼 때 양현종이 1루에 뿌린 공이 엉뚱한 곳을 향한 것이다. 그 사이 에반스가 홈을 밟아 3-3 동점이 됐다. 두산은 흔들리는 양현종을 상대로 2점을 추가해 5-3 역전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바꾼 두산은 5회말 에반스의 좌월 투런홈런, 6회말에는 박건우의 적시타를 묶어 스코어를 벌렸다. 결국 두산은 KIA를 8-3으로 눌렀다.
2014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지난 5월10일 정식선수로 등록된 홍영현은 진야곱에 이어 등판, 2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때마침 터진 팀 타선의 도움으로 데뷔 첫승의 감격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