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경비용역업체에서 근무하는 강창익(48) 씨.
그는 지난 2011년 5월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운영하던 소규모 대리운전 업체에서 한 직원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정신질환을 가진 직원에 의해 이유없이 돌과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전치 한 달이 넘는 중상해를 입었다.
◇ 5년 전 묻지마 폭행으로 중상
당시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있었고 묻지마 폭행으로 강 씨마저 입원해야 했다.
이 때문에 대리운전 업체는 운영이 중단돼 자금난을 겪으면서 병원비 마련이 쉽지 않았다.
가해자의 형편도 어려워 피해 회복을 받을 길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 시기 강 씨에게 손을 내민 곳은 제주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였다. 치료비로 쓰라며 강 씨에게 100만 원을 지원한 것이다.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새로운 직장까지 구한 강 씨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다른 범죄 피해자를 위해 써달라며 치료비를 기부하고 나선 것이다.
◇ 3년 전부터 매년 50~100만 원씩 기부
강 씨는 지난 2013년에 50만 원, 2015년 50만 원, 올해 100만 원 등 모두 200만 원의 지원금을 제주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기탁했다.
경비용역업체에서 계약직으로 근근히 생계를 꾸려가는 강 씨에게 꽤나 큰 금액이다.
강 씨는 2011년 묻지마 폭행 당시 치료비와 생활비 모두 막막했다며 병원에 더 있어야 하지만 치료비 감당이 되지 않아 한 달 만에 퇴원했다고 회상했다.
강 씨는 이어 지금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당시 지원받은 100만 원은 나와 아버지에게 치료비 이상의 큰 힘이 됐다며 직장 다니면서 마음의 빚을 반드시 갚겠다고 다짐했다는 말로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제주지방검찰청 김한수 차장검사는 "범죄 피해로 치료비를 지원받은 뒤 직접 다른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기탁한 사례는 강 씨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검(이석환 검사장)과 제주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강재업 이사장)는 수혜자에서 후원자로 자리매김한 강 씨에게 지난 17일 감사패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