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열등감, 분노의 잘못된 표출
- "추모 현장 지키자" 밤샘 하는 시민도
- 남녀 성간 대결 개념으로 가선 안 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구용회(사회부 기자),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구용회> 그제 새벽 1시가 조금 넘어서요. 강남역 주변에 주점과 노래방이 있는데가 있습니다.
◇ 김현정> 번화가요.
◆ 구용회> 네, 그렇습니다. 공용 화장실이 있었는데요. 여기에서 20대 여성이 지인들과 술을 먹다가 화장실을 갔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화장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30대 남자가 이 여성을 흉기로 찔렀습니다. 그래서 살해된 사건인데요. 이른바 지금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30대 용의자는 경찰에서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살해했다 이렇게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이 여성 혐오사건으로 규정되면서 지금 추모 열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밤 사이 이 남성에 대한 수사에서 새로 밝혀진 게 있습니까?
◆ 구용회> 경찰은 오늘 34살 김 모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인데요.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김 씨는 정신분열증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병력이 상당했는데요. 2008년부터 이미 정신분열증을 겪고 있어서 병원에도 4번이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회 생활을 했던 겁니까?
◆ 구용회> 그렇죠. 심지어는 6개월 동안 3번씩 입원을 한 적도 있고요. 그래서 이 피의자가 마지막 퇴원한 것이 올해 1월 4일인데요. 이 당시의 주치의가 약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5개월 내에 재발할 수가 있다 이렇게 경고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 김현정> 현장도 가보셨어요?
◆ 구용회> 오늘 새벽에 제가 약 10여 명의 젊은이들을 봤는데요. 현장에서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냐고 물었더니, 밤중에 여성혐오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 현장을 훼손하겠다 이런 글들이 올라와서.
◇ 김현정> 온라인에?
◆ 구용회> 네, 걱정이 되어서 현장을 지키려고 왔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군요.
◆ 오윤성> 안녕하세요.
◇ 김현정> 서울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많다는 강남. 그 강남에 공중 화장실에서 벌어진 사건이에요. 어떤 점을 유심히 보고 계십니까?
◆ 오윤성> 일단 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강남역 부근이라는 지역적 상징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이 근처에 피해자 직장이 있긴 하지만 특히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 남녀 커플이 많이 다니는 곳이죠.
◇ 김현정> 그렇죠.
◆ 오윤성> 본인이 얘기를 한 대로 자기는 사귀는 여성이 없고 평소에 무시를 많이 당해서 화가 나는데 그 지역에서 이제 오가는 젊은 커플들도 많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본인이 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았었나 이렇게 추정이 되는데. 강남이라는 지역에 대한 나름대로의 어떤 특별한 감정이 있지 않았겠는가 이렇게 생각이 돼요.
◇ 김현정> 특별한 감정, 그러니까 자신은 솔로고 나는 이 사회에 굉장히 스스로 소외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짝이 있는 것 같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분노감, 열등감 이런 게 있었을 것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 오윤성> 그렇죠. 그 이 외에도 지금 이 사람이 정신병력이 있다고 얘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범인이 만약에 경찰에게 자기는 체포되지 않겠다라고 하는 전제로 생각을 했다면 자기는 뭔가 해냈다라고 하는 그런 만족감을 계속 오가면서 볼 수 있다라는 그런 의미도 있었다고 보고요.
◇ 김현정> 체포만 안 됐다면 그쪽에 직장이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하면서 현장을 보는데서 오히려 희열을 느꼈을 수도 있다?
◆ 오윤성> 만약에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범행을 했다면 자기가 그곳을 가봐야 하겠지만 체포되지만 않는다면 '내가 범인인데 자기, 경찰들이 자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정상적인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는가 이렇게 봅니다.
◇ 김현정> 그게 또 범죄인의 심리 중 하나인거군요.
◆ 오윤성>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식으로 장소를 지금 분석하고 계세요. 그런데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라고 경찰이 물었더니 평소에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 그러니까 그 피해 여성이 나를 무시한 게 아니고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아무 여성에게나 복수를 하게 됐다는 건데요. 여성혐오 이 심리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 오윤성> 사실 피해자학적인 측면으로 보게 된다면 근본적으로 여성이라고 하는 약한 상대를 선택했다라고 하는 그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실까요?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지금 온라인 상이나 오프라인 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추모행렬, 애도 열기는 어떻게 보십니까?
◆ 오윤성> 1차적인 것은 이 지역을 오가는 여성들 중에는 아무래도 젊은 여성들이 상당히 많죠. 그래서 그분들에게도 만약에 '나도 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두려움증, 일종의 심리공황상태가 퍼지고 있는 현상으로 저는 보는데요.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형태의 추모는 좀 드물죠.그래서 최초에는 한두 사람의 어떤 행동이 강남 지역을 오가는 젊은분들에게 많은 영향을 줘 가지고 커다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현상으로 저는 해석을 합니다. 사실은 누구도 이제 젊은 여성분들 같은 경우는 자신도.
◇ 김현정> 안전하지 않구나.
◆ 오윤성> 네, 그런 어떤 사회적인 불안감이 표현이 된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묻지마' 살인. 이게 지금 최근에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분석해야 되나요?
◆ 오윤성> '묻지마' 살인이라고 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개인에게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요.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어떤 불만이라든가 사회에 대한 불만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뭔가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간의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좀 있다든지, 또는 세상을 해석하는 시각이 잘못되어 있다든가 하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편으로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 불특정 다수 범죄죠.
◇ 김현정> 어떻게 우리가 관리를 해야겠습니까?
◆ 오윤성> 사실은 우리 사회에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고. 또 뭔가 소외 되어 있는 그런 어떤 계층들 그 사람들이 곳곳에 퍼져 있죠.
◇ 김현정> 그렇죠.
◆ 오윤성> 그래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주의해서 그러한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소통을 통해서 부정적인 측면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는 것이 일종의 방법이라고 저는 봅니다.
◇ 김현정>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사회가 전체가 건강해지는 게 우선은 필요할 것 같다는 말씀이시네요.
◆ 오윤성> 네. 이 사회가 건강하지 않아서 발생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 오윤성> 네, 수고하세요.
◇ 김현정> 온,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지금 추모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사건입니다. 강남역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 들여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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