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현장 한 구석에 한참을 서 있던 양모(31·여) 씨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 오후 4시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는 시민들이 출입구 유리 벽면에 붙이고 간 포스트잇 수백 장과 국화꽃 100여 송이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시민들은 지나가던 발길을 멈추고 추모의 메시지를 적어 유리 벽면에 나란히 붙였다. 20대 여성의 억울한 죽음에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모 행렬에 동참한 것.
해가 지고 오후 9시가 넘어가자 촛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해 지기 전 이미 수백 장에 이르던 포스트잇은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까지 붙어 있었고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 꽃은 겹겹이 쌓여 층을 이뤘다.
"그저 그곳에 없어 살아남은 내가 너무 많이 미안합니다"라고 적힌 익명의 화환도 추모 현장의 한 끝에 자리 잡았다.
포스트잇에는 "다시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여성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 등 추모의 메시지들이 주를 이뤘다.
한참을 현장에 머물러 있던 직장인 이모(31·여) 씨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말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던 김모(29) 씨는 "근 10년 동안 여성혐오와 차별에 대해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 범죄를 명백히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거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진달래(28·여) 씨는 "한국에서는 '여성 살해'라는 개념이 잘 쓰이지 않는다"며 "그저 한 남성이 한 여성을 죽인 사건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죽였고, 여성으로서 위협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는 사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추모 현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새벽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