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은 지난 17일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개막식 현장에서 양건 한국프로기사회장에게 탈퇴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세돌 9단의 형인 이상훈 9단도 함께 탈퇴서를 제출했다.
프로기사회는 19일 오전 대의원 회의를 열고 관련 안건을 논의한다.
프로기사회는 모든 프로 바둑 기사(320명)가 가입하는 단체다. 프로기사회에서 탈퇴하겠다는 기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세돌 9단은 기사회의 일률적인 공제에 불만을 느끼고 탈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회는 회원의 대국 관련 수입 중 3∼5%를 공제한다. 한국기원 주최 대회의 상금 등 수입에서는 5%, 세계대회 등 외국 주최 대회 수입에서는 3%를 뗀다.
상금을 많이 획득하는 기사가 기사회 적립금에 많은 기여를 하는 구조다.
이세돌 9단은 국내기전뿐 아니라 각종 세계대회에서 활동하며 상금을 올려왔다.
이세돌 9단은 공제가 지나치게 일률적이라는 점 등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목단체인 프로기사회 정관에는 기사회에서 탈퇴하면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일정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대국 활동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사회에서 탈퇴한 후 한국기원 주최 대국에 참여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을 제기할 의향도 있으며, 관련 법률 전문가의 조언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이후 바둑 열풍을 주도하는 스타 기사다. 따라서 이번 탈퇴 선언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전에도 돌출 행보로 바둑계의 풍운아로 불려왔다.
그는 승단대회가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16살이던 1999년 승단대회를 통해 3단으로 승단한 이후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기원은 2003년 1월 일반기전을 승단대회로 대체하고 주요대회 우승시 승단을 시켜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이세돌 9단은 2009년 5월 프로기사회가 한국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한 자신에게 징계 의사를 비추자 7월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 바둑계에 파문을 던졌다.
당시 이세돌 9단은 6개월 뒤인 2010년 1월 한국기원과 협의하고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