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고지혈증약, 당뇨병 위험 최대 2.62배 높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결과…심혈관질환 저위험군 복용 주의해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3분의 1이나 줄여 고지혈증 치료제로 자주 사용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이 당뇨병 발생 위험은 최대 2.62배나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 심혈관질환을 앓은 바 있어 재발 위험이 큰 환자들은 당뇨병 우려를 무릅쓰고서라도 이 약품을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심혈관발생 위험이 적은 환자들이 사용할 경우 자칫 당뇨병 걱정도 새로 떠안아야 하는 만큼 주의가 요망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005∼2012년 40세 이상 국민겅강보험 건강검진 수검자 중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고지혈증 환자 103만7천명의 의료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스타틴 복용군은 비(非)스타틴 약품을 복용한 비교군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평균 1.88배 높았다.

오래 복용할수록 당뇨병 위험도는 더 높아졌다. 스타틴 약물을 1년 미만 복용한 실험군은 비교군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25배, 1∼2년 복용군은 2.22배, 2년 이상 복용군은 2.62배 높았다.

복용 용량에 따라서는 저용량 복용군의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06배, 중간용량 복용군이 1.74배, 고용량군이 2.52배 높았다.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화이자),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아스트라제네카) 바이토린(심바스타틴, 에제티미브·MSD) 등 의약품 성분명에 '스타틴'이 포함된 '스타틴 계열' 약물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고지혈증 치료제다.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 문제라기보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크게 높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스타틴을 복용, 해당 질환의 발생 위험성을 낮추는 치료가 보편화됐다.

NECA의 연구 결과는 미국 신장학회(ACC)와 미국 신장협회(AHA)의 '미국 고지혈증 투약지침'과 상반돼 특히 주목된다. 이들 단체는 2013년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도와 관계없이 고지혈증 환자 모두에게 스타틴 계열 약물의 투약이 권고된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 지침이 내려진 뒤 국내 환자들의 스타틴 계열 의약품 복용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과잉처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적은 환자들은 당뇨병 위험을 높이면서까지 이 의약품을 복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당뇨 부작용 정도를 산출한 첫번째 국내 연구 결과로, 한국형 스타틴 처방 지침을 마련할 때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고민정 NECA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의료현실을 반영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로 스타틴의 득실을 분석한 연구"라며 "한국형 스타틴 사용지침을 마련하는 데에 이 연구가 유용한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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