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0일, 국내 첫 발병 이후 38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한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갔던 메르스 사태.
생사를 넘나드는 메르스와의 사투 최전선에서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 등 34명이 환자를 돌보다 메르스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2명은 숨지기까지 했다.
1년이 흐른 올해 5월 현재, 당시 메르스에 감염됐던 의료인력 가운데 산업재해가 승인된 사례는 7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환자 가운데 산업재해를 신청한 건수는 총 11건. 이 가운데 7건이 승인돼 치료비와 휴업급여 등이 지급됐고, 나머지 4건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내려져 스스로 신청을 철회했다.
산업재해 급여를 지급받은 7건을 살펴보면 간호조무사나 간병인, 구급차 이송요원, 응급실 안내요원 등으로, 의사와 간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의료진이 감염된 병원들이 갑자기 늘어난 메르스 산업재해 신고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껏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도 '개별실적요율제'로 인해 산업재해 급여 지급액이 늘어날수록 사업장이 납부할 보험료도 오른다는 게 병원들의 볼멘 불만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은 고용노동부가 2차례나 지적했음에도 "내부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의 산업재해 조사표를 신고하지 않았다가 3천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공동대표는 "의사들은 간혹 자신이 산업재해 대상임을 모르기도 하지만, 간호사들은 이 사실을 모를리 없다"며 "굉장히 이례적인,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굳이 병원이 노골적으로 노무관리하지 않아도 사업주나 병원장, 이사회 등에 밉보이기 싫어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는 사례가 워낙 많다"며 "특히 병원 문화가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꽉 짜여진 조직사회다보니 무언의 압력이 작용하기도 쉽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