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서 野 대선 잠룡들 잇따라 '꿈틀'

손학규 "함께 새 판 짜겠다"…박원순 "역사의 부름 앞에 숨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민주화 운동 36주년 기념식 이후 지지자들과 참석해 헌화·분향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기념식에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총집결하다시피 하면서 1년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열기를 미리 실감케했다.

특히 지난 총선 때까지도 언론노출을 피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의 행보가 눈에 띄었다.

손 전 고문은 기념식이 끝난 뒤 광주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 500여명과 오찬 행사를 갖고 "총선 결과를 깊이 새겨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서 새 판을 짜는데 앞장서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또 "광주와 전남, 강진, 서울, 충청, 속초에서 온 많은 분들이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서 새 판을 시작하고자 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중한 성격의 손 전 고문이 기존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 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의 연설은 중간중간마다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소리에 묻혔으며 "손학규 대통령" 구호까지 나오는 등 오찬장의 분위기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울광장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36주년 서울기념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작성된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보다 앞서 지난 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남대에서 행한 특강도 의미심장하기는 마찬가지다.

'1980년 5월 광주가 2016년 5월 광주에게―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학생, 교직원, 시민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현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협약, 개성공단 폐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등을 일일히 언급한 박 시장은 "역사의 후퇴는 멈추지 않고 있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이란 말이냐"며 현 보수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설적 화법을 즐겨하지 않는 평소 언행을 고려할 때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박근혜 정권이나 여당이 국정현안과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총선에서 결국 몰매를 맞았다"며 "박 시장이 그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평소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역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과 관련해) 시대정신과 가치를 국민과 공감할 수 있다면 누가 됐든 응원한다"며 "내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준비와 조건이 돼 있다면 나도 여기 있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5월 광주에서 야권의 대선 잠룡들이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데는 '호남'과 '5월 광주'가 야권 대선후보들에게 부여하는 상징적 정통성 때문이다.

특히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경쟁적으로 방문하고 전국의 야권 지지세의 관심이 모이는 5월 광주에서 보내는 '정치적 시그널'은 그 효과나 파급력 면에서 다른 어떤 곳보다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대선이 1년 6개월여나 남은 상황에서 대선출마를 연상케 하는 정치적 퍼포먼스가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우려도 만만치 않다.

손 전 고문의 한 측근은 이날 오찬 모임에 대해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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