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여러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테헤란로 아시죠? 1967년 서울과 이란이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붙여진 도로의 이름인데 이번에는 마포대로의 이름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우디의 부 왕세자가 마포대로의 이름을 바꿔달라 요청을 했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짚어보죠. 우리 근현대 건축물을 연구해 온 분이세요.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안창모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안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마포대로를 무슨 이름으로 바꾸자는 건가요?
◆ 안창모>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를 따서 '리야드로'로 이름을 바꾸자는 제안이 있어서 지금 한창 논의가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우디의 수도가 리야드라는 곳인데 그 이름을 붙여서 '리야드로'로 바꾸자?
◆ 안창모> 그렇죠.
◇ 김현정> 사우디가 갑자기 왜 이런 제안을 한 겁니까?
◆ 안창모>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까 경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통령께서 이란을 방문하셨고 이란이 굉장히 중요한 경제 외교의 대상이 된 거죠. 그런데 이란을 방문하다 보니 중동에서 이란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사우디가 다소 소외감을 느끼고, 아마 이란과 같은 그런 경쟁 구도 속에 자기들의 입지를 좀 서울 쪽에 부각시킬 필요가 있겠다라고 생각을 한 것이 아마 그런 제안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현정> 쉬운말로 이란하고만 친하게 지내지 말고 쉬운 말로 우리랑도 친하게 지내자는 이런 의미네요? 그런데 왜 하필 마포대로인가요?
◆ 안창모> 이게 아마 이유는 굉장히 단순할 것 같은데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회사가 아람코라고 있습니다. 이 아람코가 최대 주주로 있는 곳이 S-오일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S-오일의 주주가, 최대 주주가 사우디 회사였어요?
◆ 안창모> 그렇죠. 그래서 이 S-오일의 본사가 마포에 있다 보니 아마 마포대로와 리야드를 서로 연계시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마포대로가…. 정부의 입장에서는 외교가 중요하다 보니까 이 부분 충분히 고심할 수 있고 바꾸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외교적인 문제가 아닌 역사적인 접근,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인 접근으로 볼 때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 안창모> 사실 마포대로는 단순히 마포구의 역사만 담은 것이 아니라 이게 600년 역사도시라고 했을 때 이 도성인 서울의 중심 입장에서 본다면 한강에서 도성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 마포대로였습니다. 마포라는 곳이 조선시대 삼남의 물류의 중심이었던 한강에서 도성을 연결하는 그런 포구가 있었던 곳이잖아요. 바로 그곳이기 때문에, 그곳을 지나서 만리재를 넘어오면 그게 바로 도성이거든요.
그래서 서울과 한강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진짜 가장 오래됐고요. 아마 옛날에 우리 대중가요에서도 마포종점이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로 마포라고 하면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가 듬뿍 잠재해 있는 장소다라고 할 수 있죠. 그 이름을 바꾼다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은 이게 단순히 마포구의 문제만은 아니고 서울 전체의 역사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전문가들 입장에서 보시기에 '이거 마포대로 이름을 갑자기 리야대로로 바꾸는 건 역사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을 하시는 거네요?
◆ 안창모>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이나 의미가 지워질 가능성이 있다라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겠죠.
◇ 김현정> 그런데 이런 반론하는 분도 계세요. 저희 방송사가 있는 목동에도 파리공원이 있어요. 한불수교 100주년 기념을 해서 붙인 이름이고요. 또 여의도 가면 앙카라공원이라고 해서 터키 수도와 자매결연하면서 기념해서 붙인 이름인데요.
◆ 안창모> 그렇죠.
◇ 김현정> 앞서 말씀드린 강남의 테헤란로도 이란과 어떤 수교 차원에서 붙이는 거라면, 마포대교도 바꿀 수 있는 거 아니냐?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안창모> 충분히 그런 제안, 아마 그런 배경이 있으니까 이런 제안도 했을 거라고 보여지는데요. 테헤란로와 파리공원이 만들어진 배경을 잘 보면 장소를 보면요. 테헤란로는 우리가 강남을 개발하던 초기 1977년 테헤란로는 사실 지금과 같은 위상은 전혀 달랐고요. 1970년대 본격적으로 개발한 강남에서 테헤란로는 서울이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하던 때입니다.
◇ 김현정> 그때는 테헤란로가 지금 같은 강남의 중심도로가 아닌 그 당시에는 그냥 신작로였다는 말씀이세요?
◆ 안창모> 그렇죠. 새로 개발하는 지역에 이름을 붙여야 될 필요가 있었던 장소인 거죠. 과거의 이름이 없고 이름을 새로 붙인 겁니다.
◇ 김현정> 그러고 보니까 파리공원도 그러네요. 공원 새로 지으면서….
◆ 안창모> 파리공원, 그렇죠. 바로 88올림픽에 대비해서 목동을 신시가지로 개발을 했을 때 이름을 붙여야 될 장소와 거리가 많이 있을 때 새롭게 붙여진 거죠. 그러니까 이게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도로 이름을 바꾸는 것과 신시가지를 개발할 때 이름 붙여야 할 건 다르죠. 이름 붙여야 할 곳이 널려 있을 때 양국간의 관계, 외교적인 미래를 위해서 이름을 붙인 테헤란로, 파리공원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죠.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그러면 어쨌든 균형외교를 생각 안 할 수는 없는 거고 그렇다고 해서 우리 역사성을 외면하면 안 되는 거고,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지혜로운 방안이라고 생각하세요?
◆ 안창모> 문제는 이게 균형외교이니까 우리만 일방적으로 이 고민을 할 게 아니라 리야드에서는 어느 쪽에 어느 정도 위상을 갖고 있는 도로에 서울이라는 가로명을 붙이는 건지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사실은 리야드도 수도가 굉장히 중요한 도시이긴 하지만, 대부분 신시가지거든요. 그래서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역사적인 의미가 과연 마포로와 비견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고요.
◇ 김현정> 새로 개발된 곳이군요.
◆ 안창모> 그래서 우리가 예전에 한강로변에 있는 새로 신설된 도로에 88도로 이름 붙였듯이, 이런 곳이 앞으로 양국 간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장소로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건 어떨까, 꼭 마포일 필요는 없지는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오늘 토론의 화두 잘 던져주셨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경기대학교 안창모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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