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일본을 만난 한국은 세트 스코어 0-3 완패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비록 2년 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 대결에 모두 승리하며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여전히 일본과는 '자존심 대결'에서는 열세에 그쳤다.
2016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한 세계예선전에서 다시 만난 일본은 여전히 강했다. 대회를 개최한 홈 이점을 최대한 살려 모든 경기를 저녁 시간에 일정하게 배치했고, 비교적 쉬운 상대와 경기를 초반에 치러 좋은 분위기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겠다는 뜻을 손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한국을 만나기 전까지 일본은 두 경기를 모두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하는 좋은 분위기로 마쳤다. 하지만 한국은 '숙적' 일본을 적지에서 완벽하게 때려눕혔다. '월드 클래스' 김연경(페네르바체)이 양 팀 최다 25득점으로 맹폭했고, 김희진(IBK기업은행)도 서브로만 5득점 하는 등 18득점을 보태며 '차세대 에이스'의 분명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한일전'의 짜릿한 승리를 이끈 주역 김연경은 "부담을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이번 대회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 보답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더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록 예상하지 못한 쉬운 승리를 거뒀지만 코트에 나선 선수들에게 '한일전'이라는 물러설 수 없는 경기는 분명 부담이었다. 김연경은 "일본과는 항상 어려운 경기를 한다.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패배 후) 4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지난 4년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고 승리 비결을 털어놨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주목한 강력한 서브로 일본을 흔들었던 김희진 역시 "일본은 워낙 리시브가 좋아 선수 사이를 때리려고 공략한 것이 잘 맞아 떨어졌다"면서 "이겨서 기분이 좋다. 오늘 이겼다고 끝이 아니기 때문에 매 경기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특별한 각오를 선보였다.
당초 이정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해서는 3차전까지 최소 1승을 얻어 7경기에서 4승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초반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사실상 약체들과 대결을 앞둔 한국은 리우올림픽 출전권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강팀과 연속 경기에서 2승1패를 거둬 기분이 좋다"는 이정철 감독은 "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세대교체 이후 김연경의 후배 선수들이 조금씩 빛을 발하는 환경을 만든 것이 무엇보다 기분 좋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은 기교가 좋아 우리도 반대로 변칙기술을 많이 준비했다. 수비도 좋아 공격적으로 과감한 경기도 준비했다"면서 "이런 점을 선수들에게 계속 주입해서 오늘은 우리가 수비도 공격도 성과를 거뒀다"고 승리 비결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