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빌론은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코와 협업한 인연으로 블락비 소속사 세븐시즌스 서브레이블 KQ프로듀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활동명도 대출업체 상호명을 피해 바빌론에서 베이빌론으로 바꿨다. 솔로 뮤지션으로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들려줄 계획이다.
지난달 발표한 새 싱글 '비트윈 어스(Between Us)'는 그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시발점이다. 여기에는 일리네어레코즈 수장인 래퍼 도끼, 원더걸스 예은(핫펠트), 프로듀서 블랙아이드필승 등 '핫'한 뮤지션들이 참여해 힘을 보탰다.
최근 서울 홍대 인근 카페에서 베이빌론과 만났다. 자유분방한 모습이 매력적인 그와 나눈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한다.
만나서 반갑다. 베이빌론이다.
▶ 포털사이트에 본명과 나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신비주의다. 아무런 편견 없이 오직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경력보다 데뷔가 꽤 늦은 편이라고.
어릴 적부터 MMM크루 활동을 했다. 친구들과 재밌게 음악 작업하면서 내공을 쌓다 보니 정식 데뷔가 늦어졌다. 예전엔 활동명도 없었다. 내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난 이후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 MMM크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맥스 마인드 뮤직(MAX MIND MUSIC)의 약자다. 한 마디로 프로듀서 집단이다. 일리네어레코즈의 '연결고리'를 작곡한 프리마 비스타(Prima Vista), 빈지노의 '브레이크(Break)'를 작곡한 월E(Wall E) 등이 속해 있다. 이들과는 지금도 음악 작업을 같이한다. 영원히 가족처럼 남을 거다.
▶ 베이빌론 음악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꼽아달라.
첫 번째는 고등학교 때 흑인 음악 동아리에 가입했던 것이다. 그땐 랩도 했다. 두 번째 순간은 팔로알토의 '치얼스(Cheers)' 앨범에 참여하게 됐을 때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건 처음이었다. 마지막은 MMM크루를 만난 것.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 뮤지션들이 찾는 뮤지션으로 불린다.
믹스테잎을 발표한 이후부터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싱숭생숭하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 KQ프로듀스에 둥지를 튼 이유는.
지코 솔로곡 '보이즈 앤드 걸스(Boys And Girls)'에 참여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뮤지션을 존중해주는 곳 같았다. 여러 회사에서 러브콜이 왔었는데, 가장 느낌이 좋았다. 다른 뮤지션이 없는 곳에서 시작하고 싶은 일종의 도전 정신 같은 것도 있었다.
▶ 최근 발표한 싱글 '비트윈 어스'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다.
첫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준비했는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작업했다. 가슴에서 하고 싶은 멜로디가 나오면 바로바로 핸드폰으로 녹음했고, 그 느낌을 그대로 곡에 녹이려고 애썼다.
▶ 타이틀곡 '너 나 우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블랙아이드필승이 작업한 곡이다. 콘셉트는 내가 짰다. 남녀가 사랑을 할 때 처음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지만, 정작 내 것이 되면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한 걸 잊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익숙함에 속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곡이다.
▶ 수록곡 '비오는 거리'에 대한 소개도 해달라.
자작곡이다. 비오는 거리를 걸어가는 한 여인을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여자도 남자에게 이끌리는 상황을 표현했다.
▶ 반응은 어떤가.
베이빌론이 이제 자기 이름을 내걸고 뭔가 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하시더라. "혼자 한 곡을 다 부르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좋다", "앞으로 솔로곡을 더 듣고 싶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 빅뱅 태양과 음색이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더라.
일부러 비슷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니다. 과찬이고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 크리스브라운 음악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본토 힙합 알앤비 음악을 듣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만의 색깔을 더 살리는 게 숙제다.
'보이즈 앤드 걸스' 때문이겠지. 그 곡으로 베이빌론이라는 사람을 더 많이 알렸으니까. 인정하는 부분이면서도 '뮤지션 베이빌론'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 신예 알앤비 가수들이 뜨고 있다. 크러쉬, 딘과 자주 언급되는 편인데.
각자 색깔이 뚜렷한 분들이다. 같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알앤비 보컬리스트들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그런 추세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 베이빌론만의 특징을 설명하자면.
특유의 기교가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끈적한 느낌. 멜로디에는 알게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꼭 있다.
▶ 다음 앨범은 언제.
조만간 신곡이 또 나온다. 정규 앨범도 나올 것 같다. 쌓아 놓은 곡이 50곡 정도 된다. 느린 곡도 있고, 빠른 곡도 있다.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나만의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다.
▶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방송을 통해서도 베이빌론을 알릴 생각이다. 꾸밈없는 모습과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 아직 예능 출연 욕심은 없다. 일단 음악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
▶ 뮤지션으로서 목표는 뭔가.
당장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은 없다. 순간 순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오랫동안 음악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그리는 중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음악 자체만으로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음악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