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보훈처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청와대가 보훈처에 (제창을 허용하라거나 말라는 등) 지침을 내린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국 해법과 관련해서는 "국가 발전과 민생안정을 위해 여·야·청 간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될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의 반발은 이틀째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일까지 보되, 내일 행사장에서 제창이 안 되면 20대 국회에서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당도 "보훈처의 결정은 협치 분위기를 완전히 깨는 결정"(김성식 정책위의장)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SNS에 글을 올려 "김일성 찬양곡이 아니라 반김정은 투쟁가로 적합한 노래다. 보훈처는 (노래의 의미를 왜곡하는) 종북환자들 주장을 전국민들에게 홍보해주고 있고, 청와대는 이런 보훈처를 방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당에서마저 청와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 문제가 보훈처 결정을 옹호하든, 번복시키든 대놓고 하는 경우 어느 한쪽 세력의 공격을 받는 '양날의 칼'이란 점에서 개입 자체를 삼가는 양상이다. 한 관계자는 "보훈처 소관사항을 놓고 불필요한 논란이 확대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보훈처에 일임했다는 식'으로 '제창 불가'에 동의하고 있는 이상, 청와대의 입장은 확정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 한번 빼고 광주 5·18 기념식을 매년 불참해왔고, 참석한 때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는 등 노래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쳐왔다. 올해 행사 역시 불참이 확정됐다.
'노래 한 곡에 의미가 과하게 부여돼 있다. 합창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다'라는 게 청와대 내부 기류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민생과 경제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노래 제창 여부 하나로 협치를 따지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당 내 기류와 차이를 갈수록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특히 이날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당 상임전국위 개최가 무산되면서, 계파 갈등의 상승작용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날 상임전국위에서는 비박계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하는 안이 의결될 예정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하태경 의원 뿐 아니라, 4·13 총선 당선자 122명 중 대다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거부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 사안 하나로 협치파기를 운운하는 야당도 문제지만, 이 노래를 그렇게까지 반대하는 청와대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평의원 시절인 2013년 5월 제창 불허야말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노래 어디에도 반국가적, 친북적 내용은 없다. 오랫동안 불려져 왔던 노래를 왜 중단시켜서 국론을 분열시키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