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애플에 투자 안한다더니 1조원 투자한 이유

위기의 애플 '구원투수' 등판…야후 인터넷부문 인수에도 참여

워렌 버핏 트위터 갈무리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야후 인터넷 부문 인수에 참여한데 이어 애플 주식 11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고 공시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IBM을 제외하고 이른바 전통 기업인 ‘굴뚝 산업’에 주로 투자해왔던 버핏의 투자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가 칼 아이칸과 몇몇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최근 애플의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던 것에 반해 버핏의 이번 투자가 애플의 미래 가치에 좋은 점수를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버핏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다국적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3월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애플 주식은 981만주, 10억 7천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버핏은 1990년대 ‘닷컴 버블’을 지적하며 IT 관련 주식에는 IBM을 제외하고는 투자를 배제해왔다. 그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체 투자 지분의 4분의 3이 코카콜라와 크래프트 하인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같은 이른바 ‘굴뚝 산업’ 소비재주와 금융주에 집중돼 있다.

5년 전인 2011년 IBM에 12억3천만달러를 투자한 이후 최근까지 21%의 손실을 냈다. 버핏은 당시 “IBM에 투자했다가 잘못될 가능성은 구글이나 애플에 투자했다가 잘못될 가능성보다 적을 것”이라고 호헌했지만 정보기술(IT) 환경이 클라우드 시스템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주력 사업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 시장이 부진하면서 IBM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최근 매출이 1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올해 들어서도 악재는 계속돼 1분기 아이폰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13년 만에 처음 매출이 감소했다는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무려 13%나 폭락했다. 아이칸이 애플의 중국시장 판매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애플 주식을 모두 팔면서 준 타격이 버핏의 애플 투자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는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버핏이 애플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던 기조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애플이 성장주가 아니라 가치주로 변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어의 아닐 도라드라 애널리스트 "애플 더 이상 성장주의 대명사가 아니라 가치주의 대명사가 됐다“면서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버핏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S&P 글로벌은 “애플이 주당순익은 단기간 압박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연 11.3%의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테비스 맥코트 애널리스트는 "버핏의 애플 투자가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애플이 당장은 위기를 겪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시장의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새로운 신형 아이폰7을 내놓고 내년에는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한 혁신적인 아이폰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무려 30억달러를 들여 음원 스트리밍 업체 비츠(Beats)를 인수해 런칭한 ‘애플 뮤직’도 매출하락 원인 중 하나인 아이튠즈 다운로드 음원 수입 부진을 장기적으로는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비밀리에 개발 중인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2330억달러(약 273조원)에 달한다.

애플이 처한 일련의 위기는 하락한 현재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어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버핏의 투자도 호재다. 그 수혜가 고스란히 애플에게 주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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