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승원 "딸 한강, 나를 진즉 뛰어넘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승원 (소설가, 한강 작가 父)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속보로 저희가 전해 드렸는데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을 포함해서 세계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연히 한국인 최초 수상이고요.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에 대해서 '위험하고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렇게 평을 했습니다. 사실 이 한강 작가는 아버지도 유명한 분이죠. 유명한 소설가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등을 펴낸 한국 문단의 거장 한승원 소설가입니다. 그래서 오늘 화제의 인터뷰, 저희가 또 바로 수소문을 했죠. 한강 작가의 아버지 작가 한승원 선생을 잠깐 연결해 보고 가죠. 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 한승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아침 소감이 어떠세요?

◆ 한승원> 아이, 기쁘죠. (웃음)

◇ 김현정> 따님하고 통화하셨습니까?

◆ 한승원> 네.

◇ 김현정> 뭐라고 하던가요?

◆ 한승원> 자기가 돈 줄 테니까 한턱 낼 사람들한테 다 내라 그러네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니, 저는 큰 문학상을 탄 소설가라서 아버님한테 건네는 이야기도 뭔가 소설적일 줄 알았는데요. 그게 아니라 '아버지, 사람들 모아서 한턱 내세요.' 그게 첫 일성이었어요?

◆ 한승원> 그러니까 제가 인색하게 살았는데, 이제는 좀 내고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웃는 소리를 했습니다.

◇ 김현정> 웃는 소리로, 그래요, 많이 기뻐하죠, 한강 작가 본인도?

◆ 한승원> 네.

소설가 한강 (사진=교보문고 제공)
◇ 김현정> 조금 기대를…. 아버님이나 한강 작가나 좀 하셨습니까?

◆ 한승원> 영국으로 떠나면서, 마음 비우고 떠난다고 아버지도 마음 비우고 계세요,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들 부부도 마음 비우고 있었습니다. 상을 타면 3시에, 새벽 3시에 전화를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타지 않으면 전화 않겠다고 해서, 아이 안 됐나보다... 하고 잤죠. 그런데 6시에 깼는데, 여기저기 그냥 축하 전화가 와서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 김현정> 발표가 예정보다 조금 늦게 났어요. 그래서 이제 안 됐구나 하고 있는 순간 축하 소식이…. 그래요, 현지의 반응을 제가 좀 살펴보니까 '감성적인 문체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영미문단의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호평들이 쏟아지던데요. 아버지이기 전에 한국 문단의 대작가로서 딸의 작품, 채식주의자 어떻게 보셨습니까?


◆ 한승원> 새로운 어떤, 신화적인 세계를 창조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매우 기쁩니다. 새로운 세계여서 저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감성이고 그래서요. 감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요.

◇ 김현정> 아니, 아버님도 유명한 우리나라의 작가신데요. 아버지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세계 그 감성을 딸이 표현했다라고 느끼셨어요?

◆ 한승원> 네. (웃음) 제가, 저의 세계…. 그러니까 지금 우리 세대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어떤 문체, 새로운 감수성이지 않는가 그런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고전적인 그런 것을 이어받았으면서도, 고전적인 이러한 감수성만으로써는 그쪽 감수성을 포착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의 세계라 그럴까요.

◇ 김현정> 아름다운 세계다…. 아니, 이런 질문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딸이 나를 뛰어넘었구나.' 이런 생각까지도 드셨어요?

◆ 한승원> 진작 했죠.

◇ 김현정> 진작 뛰어넘었습니까? (웃음)

◆ 한승원> 그러니까 효도 가운데 가장 큰 효도는 돈을 준다든지, 그것보다도 아버지를 뛰어넘었다고 하는 그것이 가장 큰 효도 아니겠어요?

◇ 김현정> 가장 큰 효도를 이번에 딸이 한 셈이네요. 사실 이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시지만,한승원 선생 역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시기도 했고…. 뭐 우리나라의 내로라 하는 작품들을 많이 쓰신 문단의 대작가입니다. 이상문학상은 그러고 보니까 아버지도 수상하고 딸도 수상하고 부녀가 다 수상하셨네요.

◆ 한승원> 네, 김동리 문학상도 같이 수상했습니다.

한승원 작가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 김현정> 대단한 집안입니다. 딸이 어렸을 적부터 이렇게 글 쓰기도 좋아하고 좀 남달랐습니까?

◆ 한승원> 딸은, 제가 소설가이니까 그렇게 1970년대, 1980년대 살아오면서 그렇게 유복하지 못 했어요. 넉넉한 원고료도 받지 못했고, 제가 전업 작가로서 살다 보니까요. 그런데 집에 이런 책, 저런 책이 널려 있잖아요. 그러니까 책을 많이 보고 이랬죠. 그리고 제가 하나 고마워하는 것은 우리 아내한테 고마워해요.

왜냐하면 대개의 우리 동료 작가들은 아내들이 남편처럼 소설 쓰지 마라, 그리고 대개의 소설가나 시인의 아들, 딸들은 머리를 영리하게 타고났는데, 그러면 그것을 문학하는 데 쏟을 게 아니라 법가로 가거라, 너는 의사가 되거라, 너는 약대를 가거라 이런 식으로 아내들이 교통정리를 해 버리잖아요.

◇ 김현정> 가난한 글쓰기의 길을 가지 말아라…. 워낙 가난에 시달리셨으니까요.

◆ 한승원> 그런데 우리 아내는 교통정리를 전혀 하지 않은 거에요.

◇ 김현정> 고맙게도. (웃음)

◆ 한승원> 우리 큰아들도 소설가고. 그리고 그 밑의 딸 강이도 소설가고, 그렇지 않습니까. 막내아들도 서울 예대 문창과를 졸업한 소설가 집안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아내는, 자식들을 기를 때 하고자 하는 것을 하고 살아라…. 그렇게 교통정리를 안 하고 아주 자유분방하게 놔주는 그런 쪽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 딸의 결과도 우리 아내가 가져온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참 훌륭한 부모 밑에 훌륭한 자식이 태어났구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기분이 좋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께 한강 작가가 세계 3대 문학상이죠,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 전하면서 한승원 선생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한승원>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강 작가의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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