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이라더니…" 주택청약종합저축 감액 논란

증액은 되지만 감액은 불가…해지시 1순위·가점도 상실

정부 "국민·민영주택 청약기능 합친 탓"…일부선 "감액 허용해야"

서울 마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42)씨는 최근 전세 재계약 비용이 부족해 3년 전 1천만원을 넣고 가입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300만원으로 감액하러 은행지점에 들렀다가 울상이 됐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과거 청약예금과 달리 감액, 즉 금액의 일부를 인출해 예치금을 줄일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작년 9월 판매가 중단된 청약예금은 민영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통장으로 주택형별로 다른 예치금액을 자유롭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이 경우에도 최초 가입일로부터 기산되는 청약 1순위 자격도 그대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서울·부산 기준 청약면적별 최소 예치금이 전용면적 85㎡ 이하의 경우 300만원, 전용 102㎡는 600만원, 135㎡는 1천만원인데, 청약을 원하는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일 전까지 예치금을 1천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여도 1순위 자격으로 청약이 가능했다.

그러나 일명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예치금 증액은 가능하지만 '감액'은 불가능해 부분 인출을 하기 위해선 아예 통장을 해지해야 한다.

이 경우 통장 가입후 기준 1년(서울·수도권 기준)뒤 생기는 1순위 자격이 함께 상실되고, 금액을 낮춰 재가입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1순위 청약 자격이 생긴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수록 높은 점수를 받아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청약가점제'에서도 손해를 보게 됨은 물론이다.

박 씨는 "가입 당시에는 대형 아파트 청약 의사가 있어 1천만원의 목돈을 넣어뒀지만 당장 전세자금이 부족하고 주택형도 중소형이면 충분할 듯해 300만원으로 예치금을 줄이려 했던 것"이라며 "감액을 한다고 1순위 자격과 청약가점까지 잃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결국 전세 보증금 때문에 1천만원짜리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하고 예치금을 300만원으로 낮춰 재가입했다.

앞으로 1년간은 원하는 분양 아파트가 나와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없고, 1순위 자격이 부활해도 청약가점제에서 '통장 가입기간' 점수에서 손해가 불가피하다.


박 씨는 "가입 당시 은행직원이 감액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예치금액 결정에 신중했을텐데 실제 중도인출과 청약자격 상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주택청약저축이 가입자수가 1천8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부가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청약 1순위 자격을 종전 2년에서 6개월∼1년으로 절반 이상 줄이고, 재당첨 제한도 없애는 등 청약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청약금액 '감액'에 대해서만큼은 운영방식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액이 허용되던 청약예금은 지난해 9월부터 청약저축·부금과 함께 없어지고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통합 흡수됨에 따라 현재 가입이 불가능하다.

청약통장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공공(국민)주택과 민영주택 모두 청약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성격상 감액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월 불입 횟수로 청약 우선순위를 가리는 국민주택에도 청약이 가능한데 감액을 허용하면 불입 횟수와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택청약저축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금액이 달라지면 이미 소득공제를 받은 부분에 대한 세금 추징에도 문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 추징 문제는 국세청 등 관련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무엇보다 중도 인출을 허용하면 주택도시기금 규모가 들쭉날쭉해져 기금 운용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대형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금액 변경이 자유롭던 청약예금이 없어진 만큼 통장 감액에 대해서도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주택이 아닌 유주택자들이나 '월 불입'이 아닌 목돈을 맡기는 '예치식'을 선택한 사람들은 사실상 국민주택 청약 의사가 없거나 불가능한 만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중대형 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중소형 청약이 일반화돼 있는데 애초 국민주택 청약 의사없이 예치식을 선택한 유주택자까지 감액을 막는다면 '만능통장'의 장점도 반감될 것"이라며 "소득공제액을 추징하는 선에서 감액을 허용하는 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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