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송도에 사는 최영환(71)씨는 지난해 11월 무료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꿔 준다는 통신사 전화를 받았다.
일부러 값이 싼 알뜰폰을 오래 써 온 최씨는 새로운 알뜰폰 단말기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혹했다.
그는 다음 날 휴대전화를 택배로 받아 바로 개통했지만 1월 요금 고지서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고지서에는 공짜라던 단말기 할부금 6천원에 통신사 위약금까지 합쳐 9만원이 넘는 요금이 찍혀 있었다.
최씨는 "A 통신사라고 하더니 고지서를 보니 B 통신사로 가입돼 위약금까지 물게 돼 있었다"며 "핸드폰을 쓸 일이 거의 없어서 일부러 알뜰폰을 쓰고 있는데 통신 업계를 잘 모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알뜰폰 가입자가 6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 규모가 커지고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알뜰폰을 자주 쓰는 노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사업자들은 저마다 공짜 스마트폰과 기본료 등 초저가 마케팅을 앞세워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광고와는 달리 기기 값이나 비용 등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기존 이동통신사 3사의 통신망을 임대해 영업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총 38개사다.
이와 비례해 알뜰폰 관련 피해 사례도 증가하면서 서울시와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알뜰폰 구매 관련 민생침해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업계 관행상 알뜰폰 가입 권유와 판매는 대부분 전화로 이뤄져 피해자가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아차려도 이를 입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알뜰폰 판매 형태를 보면 전화 권유가 절반 정도에 달하고 일반판매가 35.9%, 기타 통신판매가 5.1% 순이다.
전화로 한 구두 약정의 경우 판매자의 신원을 확인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제대로 된 서면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복잡한 계약 내용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피해 사실조차 알아차리기 어렵다.
실제 알뜰폰 관련 피해자의 절반을 넘는 52.4%는 60세 이상 노인으로 집계됐다.
최씨는 "통신사에 직접 따졌지만 계속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다가 나중에야 단말기 할부금을 다시 입금해준다고 답변했다"며 "이마저도 내가 고지서를 확인하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를 막으려면 신규 가입이나 단말기 변경을 할 때 가급적 대리점을 이용하고 계약서와 요금 고지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리점에서도 무료 단말기라며 기기 값을 고지서에 슬쩍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말기를 개통할 땐 반드시 할부기간과 요금 등이 명시된 계약서를 쓰고 계약에 문제가 있으면 단말기를 사용하지 말고 바로 청약 철회를 요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알뜰폰 관련 피해를 봤지만 사업자와 합의를 하지 못한 경우 소비자상담센터(국번없이 1372)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