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채식주의자'(지은이 한강·펴낸곳 창비)는 이러한 영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3편을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1부 '채식주의자'와 지난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2부 '몽고반점' 그리고 3부 '나무 불꽃'으로 구성됐다.
책 속 3편의 소설은 영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그 면면이다.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 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돼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나'는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해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꾸려간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난다.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그려지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을 칼로 긋는 장면이다.
먼저 아내의 육식 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몽고반점'의 화자로,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 왔던 비디오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 모를 구역질을 느낀다. 그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페인팅)에 사로잡힌다.
마지막으로 언니는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이렇듯 동일한 장면을 다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경우는 영혜와 아버지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그것이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지만,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책 속 3편의 소설은 지금까지 한강이 발표해 온 작품 속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집약시킨 완결편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품에 안았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16일 오후 7시(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 마련된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영미권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고 있어 수상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