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페브리즈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고, 과연 써도 안전한 것일까. 먼저 미국의 피앤지 홈페이지(www.pgsdscpsia.com)에 올라와있는 성분 내역서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페브리즈 각 제품별 성분이 모두 공개돼 있다.
그러나 상세한 함량까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피앤지 측이 환경부에 보낸 성분 내역서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화학제품 제조사에서 각 물질의 함량은 일종의 레시피와 같은 것으로 영업비밀로 여겨지는 탓이다.
일단 성분 내역을 보면 거의 모든 페브리즈 제품에는 살생물제인 벤즈이소시아졸리온(
benzisothiazolinone: BIT)이 들어있고, 일부 제품에는 4가 암모늄클로라이드(Quaternary Ammonium Chloride)도 함유됐다.
인하대 의대 임종한 교수는 앞서 지난 5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페브리즈에 포함된 살생물제 성분이 “흡입독성으로 인해 세포 자체의 손상 부분이 노출된 것과 비례해서 그만큼 더 진행된다는 독성학적 보고가 학계에 보고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앤지 측은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페브리즈는 성분이 미국과 동일하며, 보존제인 BIT와 4가 암모늄클로라이드는 미국 환경보호국과 유럽연합에서 탈취제용으로 허가된 성분으로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페브리즈와 같은 탈취제는 우리나라도 1년 전부터 ‘화학물질의 평가와 등록에 관한 법’, 즉 화평법이 시행되면서 15개 관리 품목 중 하나에 포함돼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다. 관련 고시에는 사용할 수 없는 물질과 사용가능한 물질의 함량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탈취제는 살생물제 관련 규제를 받는 소독제나 방부제, 방충제가 아니어서 살생물제인 BIT나 4가 암모늄클라이드에 대한 유해성 평가나 함량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화평법에 따라 환경부가 위해우려제품 관리업무를 넘겨받은지 1년 남짓 밖에 안 돼, 아직 살생물제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살생물제에 대한 전수조사와 유해성 심사를 마쳐야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상황.
그래서 환경부는 제조사가 공언하는 것처럼 아직은 안전성을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따라 환경부는 일단 BIT와 4가 암모늄클라이드에 대해 실시한 미국과 유럽의 유해성 심사 자료를 받아 안전성을 검증하는 한편,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자체적으로도 최대한 신속히 유해성을 평가해 결과를 공표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