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이 바꾼 '사고 여객선 퇴선'

[안전한국훈련] 국내 최대 연안여객선 여수 미남크루즈 가상훈련 동행취재

여수항을 운항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안여객선 미남크루즈호가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최창민 기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가운데 전남 여수항을 운항 중인 국내 최대 연안여객선 미남크루즈호에서 화재 상황을 가정한 해양선박사고 대응 훈련이 펼쳐졌다.

"불이야! 불이야!"

1321톤 여객 정원 1085명 국내 최대 규모 연안여객선인 미남크루즈호.

따사로운 햇살 아래 수려한 경관을 갖춘 전남 여수 엑스포여객터미널을 출항해 여수 앞바다를 항해하던 미남호의 기관실에서 가상의 불이 난 시각은 16일 오후 2시 29분쯤.

화재가 발생하자 승무원이 곧바로 조타실로 불이 난 사실을 알렸다.

"기관실 우현 기관 B급 화재. 14시 29분 오동도 329도. 0.64마일 지점. 여객은 동요하지 마시고 승무원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고호진 선장은 승객들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전파하고 즉시 여수 해경과 VTS, 운항관리실, 회사 운항관리자에게 화재 신고를 했다.

미남호 선장과 선원들은 호흡구를 착용한 후 화재 발생 지점에서 자체 실내소화 설비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진압에 실패했다.

선장은 현장 소화반의 철수를 지시한 후 불이 난 조타실의 통풍기 전원을 차단하고 고정식 CO2을 방출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가상의 중상자 1명이 발생하고 27명의 경미한 호흡기 환자가 발생했다.

호흡정지가 발생한 중상자에 대해서는 승무원들이 심폐소생술과 심장세동기를 작동시켜 인명을 구조했다.

선장은 해경에 중상자 상태를 보고하고 육상 구조지원을 요청했다.

여수 해수청 관계자가 승객들 앞에서 구명의 착용 방법과 퇴선 후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창민 기자)
이 배에 탑승한 승선원은 승객을 포함해 총 62명.

승무원들은 모든 승선원들에게 구명의 착용을 지시하고 여객선 3층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해양 경찰 수척의 배가 10분 후에 도착 예정이오니 대기 바람."

이후 화재가 확산함에 따라 선장은 기관을 정지하고 승선원들의 퇴선을 지시했다.

"해상에서 몸을 펴면 저체온증이 빨리 올 수 있습니다. 최대한 웅크린 자세에서 편하게 떠 계시면 곧 우리나라 해경 구조함이 와서 여러분을 구조해주실 거에요."

승객들이 모두 퇴선한 후 승무원들은 사고 선박에 남아 끝까지 잔류 여객 여부를 확인하고 퇴선했다.

이후 해경에 의해 전원 구조되면서 훈련 상황이 종료됐다.

화재 발생부터 퇴선, 구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날 승객들은 훈련 상황임에도 실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여객선들은 매표부터 승선까지 승객 개개인에 대해 신분증 제시 등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친 후 탑승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확보된 승객들의 신상정보는 여객선사가 관리하다가 만일의 사고 발생 시 인명 구조 등에 쓰이기 위해 해경과 항만청 등 관계 기관에 즉시 통보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탑승객 정보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사고 초기 구조자 신원확인 등 오락가락 했던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 김부기 선원해사안전과장은 "여객선에서 화재 등 대형사고가 났을 경우 비상시 대응 능력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다"며 "현장에서 실제 훈련과 교육을 통해 해양 안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관련 기관 합동으로 훈련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구명의를 처음 착용해본 시민 김모 씨는 "이번 훈련을 통해 새삼 해상 안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세월호 참사 때도 매뉴얼에 따라 즉시 퇴선 조치를 했다면 대규모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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