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이후 조심해라' 강정호, 특급 마무리 킬러로 우뚝

'걸리기만 해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대 특급 마무리 컬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피츠버그 강정호.(자료사진=구단 홈페이지)
복귀 후 연일 놀라운 장타 행진을 벌이고 있는 'KBO산 1호 메이저리거 야수' 강정호(29 · 피츠버그). 특히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특급 마무리 킬러의 명성을 확인했다.

강정호는 16일(한국 시각) 미국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원정에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 2루타와 홈런 등 2안타 2타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팀의 전 득점을 책임지며 2-1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강정호는 상대 에이스는 물론 마무리까지 흠씬 두들겼다. 0-0으로 맞선 7회 2사 2루에서 강정호는 '1700억 원의 사나이' 존 레스터를 상대로 선제 적시 1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레스터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통타, 우중간 워닝 트랙으로 보내는 큼직한 타구였다. 2014시즌 뒤 컵스와 6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한 특급 좌완 레스터는 강정호의 한방에 강판당했다.

이날 레스터는 6⅔이닝 9탈삼진 2피안타 2볼넷의 놀라운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강정호에게 유일한 점수를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다. 경기 후 레스터는 "강정호는 직구를 잘 치는데 제구를 더 잘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정호는 1-0으로 불안하게 앞선 9회 1사에서 상대 마무리 헥터 론돈으로부터 쐐기 홈런을 터뜨렸다. 시속 155km 강속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피츠버그가 9회 1점을 뺏긴 것을 감안하면 실로 값진 한방이 아닐 수 없었다.

▲특급 마무리 로젠탈, 강정호 방망이에 혼쭐

강정호의 마무리 공략은 처음이 아니다. 특히 내셔널리그 최강으로 꼽히는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에게 강정호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강정호는 지난해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치렀는데 로젠탈이 큰 도움을 줬다. 정상급 마무리 로젠탈에게 잇따라 막판 승부처에서 장타를 뿜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강정호도 이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 5월 4일 강정호의 데뷔 첫 홈런의 희생양이 로젠탈이었다. 강정호는 당시 원정에서 0-1로 뒤진 9회 선두 타자로 나서 로젠탈의 커브를 받아쳐 좌중월 동점 솔로포를 날렸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연장으로 몰고 간 값진 한방을 미국 마수걸이 홈런으로 장식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시즌 초반 강정호의 이름을 알리기에 충분한 한방이었다.

로젠탈의 악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개월여 뒤인 7월 12일 홈 경기에서 강정호는 3-4로 뒤진 연장 10회말 로젠탈을 우월 3루타로 두들겼다. 강정호는 후속 타자의 적시타로 동점 득점을 기록하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로젠탈에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안긴 장면이었다. 결국 피츠버그는 연장 14회말 6-5로 이겼다.

다음 날에도 강정호는 로젠탈을 울렸다. 연장 10회말 1점 차로 추격한 2사 1루에서 강정호는 로젠탈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피츠버그는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그레고리 플랑코의 적시타로 짜릿한 6-5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강정호가 끝내기 득점의 주인공이었다.

강정호는 지난해 로젠탈에 4타수 3안타 타율 7할5푼의 초강세를 보였다. 3안타 중 홈런과 3루타 등 장타가 2개, 장타율은 무려 20할이었다. 로젠탈은 지난해까지 2년 동안 93세이브를 올리는 등 통산 102세이브, 평균자책점 2.61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강정호만 만나면 작아진 셈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강정호는 지난해 7월 29일 미네소타와 원정에서도 상대 마무리를 울렸다. 7-7로 맞선 9회 강정호는 글렌 퍼킨스를 상대로 좌중간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퍼킨스는 29세이브를 기록 중인 특급 마무리였다.

지난해 9월 끔찍한 부상 이후 지난 7일 복귀한 뒤에도 강정호의 킬러 본능은 죽지 않았다. 16일 강정호는 컵스의 마무리에게 시즌 첫 피홈런 기록을 안겼다. 론돈은 지난해 6승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한 정상급 마무리다. 그러나 강정호의 마무리 사냥 기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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