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여성·장애인 인권단체 소속 회원 30여명은 16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78개 시민단체·인권단체 등이 참여한 공동성명서를 통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성착취 범죄일 뿐"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로 비롯된 이번 판결은 세간의 조롱거리와 공분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의 시각이 이러한데 앞으로 어떤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알려 법적 보호를 받겠다고 하겠냐, 어떤 성인 성범죄자가 법이 두려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멈추겠냐"고 성토했다.
앞서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하은이(가명·당시 13세)는 지난 2014년 6월 가출한 뒤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재워주실 분 구한다'는 방을 만들었다.
이후 방에 들어온 양모(25)씨는 하은이와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유사성교를 한 뒤 달아났다. 버려진 아이는 남성 6명과 차례로 성관계를 갖게 됐다.
하은이가 스마트폰 앱 채팅방을 직접 개설하고 숙박이라는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의사결정 능력을 가진 자발적 매춘녀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소장은 "지적장애인들은 판단력이나 상황에 대한 대처력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 고려됐어야 한다"며 "재판부는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보이지 않는 '위력'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놓쳤다"고 반박했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이번 판결은 성매매와 여성에 대한 법원의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며 "(하은이는) 청소년이면서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성매매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하은이의 법률대리를 맡은 서울시복지재단 공익법센터와 여성인권단체 대표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