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공연 영상으로'…예술인비자 취득한 일당 적발

영상물등급위원회 허투루 확인…알선 브로커·연예기획사 개입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제출한 공연 동영상 속 인물과 실제 비자를 발급 받은 여성은 다른 사람 이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자국 내 다른 사람의 공연 동영상을 이용해 발급받은 예술흥행(E-6)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여성과 알선책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9월 예술흥행비자, 이른바 예술인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키르기스스탄인 A(25·여)씨.

예술인비자는 외국인이 음악이나 미술, 문학, 마술 등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급하는 비자로 일반 관광비자보다 긴 2년 동안 국내에 머물 수 있다.

비자를 발급하기 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신청자의 공연 동영상 등을 토대로 공연추천서를 내주면 이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넘겨 받아 비자를 최종 발급한다.

A 씨 역시 앞서 자국의 전통음악을 공연하는 동영상을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제출해 예술인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공연추천서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온 A 씨가 향한 곳은 무대가 아닌 주점으로 사실상의 여종업원으로 일을 했다.


알고 보니, A 씨가 영상물 등급위원회에서 냈던 공연 동영상에 나온 예술인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남의 공연 동영상을 이용해 받은 공연추천서로 예술인 비자를 취득한 것인데, 이 과정에는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37)씨와 알선브로커 이모(35)씨 등이 개입되어 있었다.

김 씨 등은 예술인비자 취득을 위해 필요한 공연추천서를 발급해주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면밀한 확인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노렸다.

실제,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는 하루 80여 건의 공연추천서 접수가 이뤄지고 있지만 단 두 명의 직원이 이를 확인·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공연 동영상과 여권 사진만을 놓고 같은 인물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인력 부족 등으로 확인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김 씨 등의 알선으로 남의 공연 동영상을 이용해 국내에 들어온 키르기스스탄인 여성만 7명.

심지어, 이 중 2명은 같은 동영상을 이용해 공연추천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남의 공연 동영상을 이용해 예술인 비자를 발급 받는 이 같은 수법은 이른바 '목따기 수법'이라는 은어로 불릴 만큼 암암리에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자신의 공연 동영상을 제출해 예술인비자를 발급 받았지만, 공연이 아닌 주점 종업원으로 일을 한 필리핀인 여성 7명도 적발했다.

김 씨 등은 이와 같은 외국인 여성들을 주점에 소개하는 대가로 여성들이 받는 월급 240만 원 중 130만 원가량을 챙겼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외국인 여성들을 예술인으로 가장해 불법 입국시킨 혐의로 김 씨와 이 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키르키즈스탄과 필리핀 여성 14명을 함께 입건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예술인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의 공연 동영상을 분석하는 한편 외국 현지에서도 불법 행위를 알선하는 일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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