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의 현행 합창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야당이 강력 반발하는 것은 물론 여당도 재고를 요청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5.18 당일날 이 정권이 어떻게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동을 통해 총선 민심을 반영, 국가적 사안에 대해 서로 협조하자, 야당 의견도 겸허히 반영하겠다는 합의정신을 확인했는데 2~3일도 안 지나서 야당 원내대표들이 강하게 부탁 드리고 대통령도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제시한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대해 국가보훈처가 제창을 못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며 보훈처의 재검토와 청와대의 재지시를 촉구했다.
그는 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청와대로부터 관련 사실을 사전 통보받았다고 한 것과 관련 "청와대는 국민의당과만 파트너십을 만들겠다는 건지 왜 국민의당에만 통보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덧붙였다.
더민주당은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서도 "총선을 통해 표출된 민의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통령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일말의 기대조차 무망하게 만들었다. 결국 국론만 분열시키는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와 트위터 글을 통해 정부 처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3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들과 만나 협치를 하기로 했는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대통령이 종이를 찢어버리는 격이라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보훈처장에게 그런 말씀 하나 할 수 없느냐' 했더니 현기환 수석이 '전적으로 보훈처 결정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에 대해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국회 해임청구건의 공동 발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새누리당도 보훈처 결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재고를 요청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 측에 (재고해달라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고' 입장을 청와대 측에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원내대변인의 발표로 갈음하자"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 회동 이후 커지기 시작한 '협치'와 '소통'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더 큰 실망으로 바뀔 것을 우려해 적절한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법을 찾도록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훈처는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곡을 합창단이 합창하되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합창'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보훈처는 "참석자 자율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