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면 산은, 수은 OK?.. 애꿎은 직원만 볶는 정부

국책은행 부실 책임론, 성과연봉제 압박으로 변질

부실을 키운 국책은행이 자금을 지원받기 전에 스스로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정부가 국책은행의 자구계획을 마련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구책 마련 방안이 핵심을 벗어나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변질되고 있다.

죄인처럼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직원 6명, 그 중 한 여직원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지난 13일 금융노조가 공개한 이 사진은 산업은행에서 직원들이 부서장실에 불려가 성과연봉제를 강요받고 있는 모습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실적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국책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산은과 수은은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며 "아무리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하더라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비롯한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 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금융·공공기관이 성과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선도해야 한다"며 "노조나 근로자들이 성과연봉제 확대를 반대하며 논의를 거부하는 경우 동의권 남용"이라고 장단을 맞췄다.

국책은행이 해운·조선업 등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기 앞서 스스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가 이를 성과연봉제 확산의 빌미로 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말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경영진 임금을 5% 삭감하고, 전 직원이 올해 임금인상분을 반납한 바 있다.

10% 밑으로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도록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1조원을 출자받는 조건으로 임 직원들의 출혈을 감수한 것이다.

이같은 쇄신안에도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국책은행들의 부실 논란이 되풀이되는 배경에는 단순히 인건비 부담 경감 수준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책은행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근본문제에 관해 정부의 반성과 대책이 없으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또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관료들이 자기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각각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동문이라는 배경과 선거캠프 활동 경력으로 논란을 빚은 수출입은행 이덕훈 은행장과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홍기택 전 회장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국책은행에 관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금융위 역시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의 대주주로서 정확한 경영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015년 당시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12.2%를 보유한 금융위가 주주총회에서 1인당 임원 보수한도를 6억 6700만원에서 7억 5천 만원으로 인상하도록 찬성해놓고 노동자들에게는 고통 분담만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의 부실을 부른 4조 20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안도 청와대 참모진과 금융위,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인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나왔다.

김 소장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 혹은 주무장관이 국책은행 경영진을 해임시키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성과연봉제 고통분담을 요구하려면 산은, 수은을 그 지경으로 만든 경영진 등의 책임을 물어야 정부가 반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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