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이병기 비서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원종 신임 실장을 임명했다. 이병기 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눈과 치아 건강에 다소 문제가 있고, 폐기능에도 일부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4·13 총선 참패에 대한 도의적 책임도 이병기 실장이 진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기류”(청와대 관계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 데다, 총선 직후 실제로 이병기 실장이 사의를 밝혔다는 얘기도 청와대 안팎에 돌았던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원종 신임 실장으로의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단행됨에 따라, 총선 정국을 마무리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이번 인사로 실현된 셈이다. 최근 여야 3당 원내대표 접촉으로 ‘소통’, 이번 인사로 ‘인적쇄신’ 등 총선참패 후속조치 요구를 일정 정도 충족한 것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원종 신임 실장의 행적이다. 그는 관선 충북도지사·서울시장을 지낸 관료로 1998년 지방선거 때 자유민주연합 공천으로 충북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다 2002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으로 이적해 재선에 성공했지만, 박 대통령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
전임자들과도 분명히 구분되는 점이다. 허태열 초대 실장은 친박계 핵심인사였고, 김기춘·이병기 실장도 박 대통령의 대선을 도운 핵심측근으로 통한다.
이런 점에서 이원종 실장의 등장은 충청권에 대한 ‘적극적 구애’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원종 실장은 광역단체장을 3번 지낸 데다, ‘충청권 총리감’으로 거론돼왔기 때문이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긴밀 공조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충북 음성 출신으로 여권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감안하면, 여권 권력의 핵심이 충청권 중심으로 공고화하는 셈이 된다. 이원종 실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충청모임 ‘청명회’에서 활동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충청권에 ‘차기’에 대한 희망을 주면서, 국정 동반세력으로 예우하는 그림이 될 수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새로운 국정동력 돌파구를 모색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원종 실장의 취임에 따라,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금 ‘고령’의 청와대 비서실장이 등장하게 됐다. 취임 시기를 기준으로 할 때 허태열·이병기 실장은 68세, 김기춘·이원종 실장은 74세에 취임했다. 이명박정부 류우익(58세)-정정길(66세)-임태희(54세)-하금열(62세) 비서실장에 비해 평균연령이 11세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