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자식에 쪽박 노모…법원 '불효파산' 불허

70대 노모가 채무 면책 신청을 냈다가 자식들의 낭비로 생긴 빚을 대신 탕감하려 던 게 들통나 법원에서 불허됐다.

1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해 파산선고를 받은 오모(72) 할머니가 신청한 채무 면책 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매달 500만 원 안팎을 쓴 카드명세서 내역을 법원이 수상쩍어하면서다.

카드대금 중에는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고가의 진료비가 여러 차례 결제된 기록이었고, 홈쇼핑이나 백화점,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물건을 산 흔적도 발견됐다.

더구나 아들이 수입차를 몰고 오 할머니와 함께 면담조사에 나타난 사실이 발각되면서 법원의 의심은 짙어갔다.


법원은 “정말 할머니가 카드를 쓴 게 맞냐”고 추궁했고, 처음엔 부인하던 할머니는 “아들과 딸이 썼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카드로 받은 대출금이 자녀에게 송금된 금융기록 등에 대한 해명을 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은 사실상 노모에게 빚을 떠넘긴 자녀들에게 카드빚 4500만 원을 반환하라고 한 뒤 채무 면책 신청을 불허했다. 할머니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법원은 “지나친 낭비 등으로 큰 채무를 부담한 행위는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한다”며 “파산 원인 사실을 속이거나 감췄고,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런 ‘불효 파산’이 해마다 여러 건 불허되고 있다는 게 법원 측 설명이다.

수입이 적은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면책 결정을 받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조사 과정에서 생계가 어려워 쓴 비용이 아니라 자녀들이 단순 낭비한 경우를 1년에 몇 건씩 발견하고 있다”며 “불효이자 잘못된 자식 사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 1~2월 서울중앙지법의 파산선고 건수 1727건 가운데 60대 이상이 428명으로 4명 중 1명꼴이 '노후 파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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