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15일(한국 시각) 미국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컵스와 원정에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회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2-0으로 앞선 1사 2루에서 강정호는 상대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의 2구째에 맞았다.
특히 시속 148km 직구가 머리 쪽을 향했다. 하마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리에타의 시즌 첫 몸에 맞는 공이었다.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이었다.
강정호는 컵스와 악연이 있다. 지난해 9월 18일 컵스전에서 강정호는 유격수로 나와 병살 플레이를 위해 1루로 송구한 뒤 상대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살인 태클'에 쓰러졌다. 인대 파열과 골절상을 입은 강정호는 수술과 지리한 재활 끝에 지난 7일에야 복귀했다.
이런 가운데 컵스가 또 다시 강정호를 쓰러뜨릴 뻔한 것이다. 컵스는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그라운드 대치 상황을 벌인 만큼 감정의 앙금이 남은 팀이다. 당시는 아리에타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피츠버그 프란시스코 세르벨리와 언쟁이 붙었다.
경기 후 두 팀이 장외설전을 벌일 만큼 강정호의 사구는 문제적이었다. 이날 피츠버그 선발 투수 제프 로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리에타와 같은 선수가 누군가를 맞히는 실수를 했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컵스 포수 미겔 몬테로도 현지 인터뷰에서 "정말 멍청한 이야기"라고 반박하면서 "아리에타는 당시 조금 흔들렸을 뿐이고 일부러 맞힌 게 아니라는 걸 100% 장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매든 컵스 감독은 "아리에타는 당시 제구에 문제가 있었고, 불운하게 강정호가 맞았을 뿐"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당신이 직접 보고 판단해보라"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이날 강정호는 앞서 첫 타석에서도 볼넷을 골라내 멀티출루를 완성했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아리에타에게 얻어낸 출루였다. 이날 강정호는 1타수 무안타 4사구 2개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2할5푼(20타수 5안타)으로 조금 내려갔다.
피츠버그는 그러나 2-8 역전패를 안았다. 아리에타는 시즌 7연승 포함, 18연승을 달렸다. 2연패를 안은 피츠버그는 18승17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 컵스(27승8패)와 승차가 9경기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