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수원 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0라운드.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K리그 클래식 팀의 첫 번째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던 이 경기는 후반 38분에 터진 염기훈의 결승골에 힘입은 수원 삼성의 2-1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 나타난 선수는 수원FC의 공격수 김병오. 승리 팀 선수가 인터뷰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만큼은 패한 팀의 선수인 김병오가 양 팀 선수를 대표해 인터뷰에 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수원FC의 유일한 골을 넣은 선수가 김병오라는 점과 함께 골을 넣는 과정이 상당히 축구팬을 열광하게 할 만했다는 점에서 김병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경기 후 만난 김병오는 최근 리그 3연패를 포함한 7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한 성적이 아쉬운 듯 좀처럼 얼굴을 들지 못했다. “우리 팀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상대 압박이 생각보다 강했던 탓에 우리 선수들이 당황하고 경기를 잘 풀지 못했다”고 설명한 김병오는 “감독님께서 서로 믿고 경기하면 된다고 주문하셔서 후반 들어 자신 있게 경기했다. 그러다 보니 분명 전반보다는 후반에 좋은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전반 같은 경기라면 더비 경기가 다른 경기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선수들을 꾸중했다. 그나마 후반에 팬이 환호할 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다행”이라고 했다.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더 많은 관중이 찾는 만큼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운이 좋게 득점 기회가 왔다”는 김병오는 골을 넣기 전 먼 거리 드리블 돌파 후 헛발질한 실수에 대해 “실수를 하면 만회하기 위해 두 발 더 뛰었다. 운이 좋았다"고 자신의 시즌 2호골을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김병오는 지난 성남FC와 ‘깃발더비’에서 시즌 1호골을 터뜨렸고, ‘수원더비’에서 2호골을 뽑았다. 유독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 그는 “오늘은 팀이 연패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승리했어야 하는 경기였다”면서 “과거 청소년 대표팀 시절 서정원 감독님께 많이 배웠는데 김병오라는 선수가 프로에 와서 이 만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비록 첫 번째 ‘수원더비’는 아쉬운 패배로 끝이 났지만 김병오는 다음 ‘수원더비’를 벌써 기대하고 있었다. “다음 ‘수원더비’는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자신이 있다. 그때는 질 것 같지 않다”는 김병오는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받은 만큼 돌려주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경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