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둔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청년다운 활기로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너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이런 이미지에 변화를 원하지는 않을까.
"예전부터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미지가 굳어져서 어떡할 거냐고. 그런데 이 정도면 이제 그만 걱정하셔도 될 것 같아요. 다행히 식상함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작품을 고를 때 그런 생각을 하고 고릅니다. 제 장점이나, 자연스러울 수 있을지. 변신까지는 아니어도 변화를 주는 거죠. 코미디 영화를 해도 제가 과하게 웃기는 영화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애초에 그런 코미디를 좋아하질 않는데 가끔은 그런 영화들이 있긴 하거든요. 그것도 사실 전략적으로 선택한 거예요."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은 그에게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차태현은 이 때부터 배우와 병행해 본격적으로 예능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우이기에 얼마나 할까 싶었던 그가 무려 4년 간 프로그램을 지켜왔다. 나름대로 터줏대감이 된 셈이다.
"형들과 배우 모임이 있는데 거기에서 문득 '나는 배우인가. 다른 길을 혼자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곤 해요. 어제도 아내랑 이에 관해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요. 배우인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배우가 엄청나게 폼이 나는 직업도 아니고요.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를 수는 있죠. 어쨌든 제가 영화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있으면 음반도 나오거든요. 그래서 굳이 거기에 얽매이지는 않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현명하고 빠른 길이 아닐까."
"출연 전까지 어떤 앤지 몰랐죠. 그런데 배우가 어떻게 '1박 2일'로 복귀할 수 있는지, 참 기발하고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윤)시윤이한테는 '1박 2일'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왜 (유)호진 PD가 그렇게 뽑지 않고 기다렸는지 알겠어요. (김)주혁이 형이 나가고, 저희 5명으로도 시청률이 나쁘지 않게 나왔는데 희한하게 처음부터 유 PD가 배우를 찾더라고요. 저보고 외로워 보인다면서. 전 오히려 배우가 오면 길게 못하니까 방송인이나 예능인이었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뭐 기본적으로 저를 배우로 안 보는 거 같아요." (웃음)
지금까지 연기 행보는 순조로웠지만 차태현도 또 다른 장르로의 연기 변신을 꿈꾸고 있다. 언젠가 자신에게 맞는 괜찮은 캐릭터가 나타난다면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에도 얼마든지 도전할 자신이 있다.
"당연히 언젠가는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여태까지 봤던 시나리오 중에서는 제가 나오면 누가 봐도 범인일 것 같은 시나리오가 많았어요. 약간 얼굴이 주는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또 반전보다는 범인을 처음부터 내세우면서 감독의 연출력으로 가는 작품들이 있더라고요. 사실 그러면 캐릭터는 별 차이가 없는 거죠. 악역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고. 대개 제가 얼굴이 예전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확실히 변하는 게 보이거든요. 아마 늙으면서 더 다른 게 보일 때쯤에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차기작인 영화 '신과 함께'의 자홍 역은 기존에 차태현이 맡아왔던 배역과는 상당히 다르다. 회사 음주문화 때문에 간암으로 죽은 회사원이기 때문에 코믹보다는 드라마에 맞는 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김용화 감독과의 호흡에 만족을 표했다. 김 감독은 영화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 등을 연출했다.
"거기에서 제 캐릭터가 하나도 안 웃기거든요. 그러니까 생소하더라고요. 너무 진지해서 이래도 되나 싶고. 일단 유명한 감독님과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 하다 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프로듀사' 때도 유명한 작가와 일해보니 왜 그런지 알았던 것처럼요. 대본을 보면 빨리 연기하고 싶은 생각이 막 들어요. 다른 감독님들이 섭섭해 할 수도 있지만 그 분들도 신인이니까 이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