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은 왜 전지현 없는 '엽그녀 2'를 선택했을까

[노컷 인터뷰 ①] "전지현에게 미안해…견우가 보고 싶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의 주연배우 차태현.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차태현을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두 가지를 떠올린다. 폭넓은 연기력을 가진 영화배우 차태현 그리고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차태현. 그가 오랜만에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15년이 흘러 제작된 '엽기적인 그녀 2'(이하 '엽그녀 2')는 사회인이 돼 첫사랑과 결혼한 견우(차태현 분)의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본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것은 영화계에 흔히 통용되는 속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태현이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견우 역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견우가 보고 싶었어요. 영화를 선택하기까지는 고민도 굉장히 컸고 힘들었는데 결정하고 찍을 때는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재미있게 찍었어요. 시리즈물 작업이 좋아서 선택한 것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하고 싶었거든요. 흥행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옳지 않은 선택은 아니잖아요. 이제 아무래도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까 눈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단순히 하나의 이유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죠. 사실 배우는 망해도 일이 끊기지는 않는데 스태프들은 타격이 너무 크니까, 성공까지는 아니어도 다음 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영화인만큼 전작 여주인공인 배우 전지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엽그녀 2'에서 '그녀' 역은 그룹 에프엑스의 빅토리아가 연기한다. 전지현의 부재는 그에게 큰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1편 이후에 엄청나게 제의가 많이 왔어요. 그 때마다 (전)지현이 의사가 중요하니까 지현이에게 물어보라고 답했었어요. 이번에도 지현이 쪽이 해결되어야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있었죠. 지현이가 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 커서 고민이 많이 됐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더 지현이나 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지현이도 찍는 건 알고 있었죠.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았어요. 그건 지현이의 선택이니까요. 마침 저희랑 ‘암살’이 같은 세트장이라서 빅토리아가 가서 인사한 적은 있어요. 저는 하정우랑 최동욱 감독님이랑 수다나 떨다 왔죠."

영화 '엽기적인 그녀 2' 스틸컷 속 그룹 에프엑스 빅토리아와 배우 차태현.
새로운 '그녀' 빅토리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차태현은 빅토리아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담'보다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전언이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였는데도 말이죠. 워낙 본인이 하려는 의지가 크더라고요. 처음부터 국적이 중국인 설정이었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어려운 건 없었어요. 오히려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좀 더 중국말을 많이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본인이 연습을 많이 해왔거든요. 너무 이상하거나 아닌 것은 고쳐가면서 촬영했어요. 이번 영화에는 견우의 시점과 이야기가 많아요. 아마 빅토리아가 이야기의 중심이 됐으면 더 큰 부담이 있었을 텐데 그건 아니었죠."

전작과 다른 '엽그녀 2'의 매력 포인트는 요즘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았기 때문이다. 결혼, 취업 등 가장 밀접한 삶의 고민들을 다룰 수 있어 좋았다고.

"15년이 지난 후에 생각보다 너무 평범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게 더 새롭고 신선했어요. 결혼이나 취업 등 1편과는 설정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제가 결혼을 해서 더 공감이 됐다고 해야 하나. 시나리오 속 견우도 그대로 제가 생각했던 견우처럼 성장한 것 같고요."

'엽그녀 2'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개봉을 했다. 중국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빅토리아 덕분이기도 하다. 차태현에게 요즘 너도 나도 가는 중국 진출에 대해 묻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일본이나 중국 진출 제의는 꽤 왔었죠. 그런데 한국에서의 일이 바빠서 할 수가 없었어요. 이걸로 중국 진출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중국 예능프로그램은 저랑 맞더라고요. 영화는 몇 달을 체류해야 되는데 예능프로그램은 3일이면 되거든요. 지금 제 아이들이 제일 예쁠 땐데 해외에 나가는 게 저는 좀 절실하지가 않나 봐요. 그런데 또 이러면 너무 배우 같지 않겠죠? 그냥 만약 예능프로그램에서 불러준다면 간다는 걸로 할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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