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팀은 굳이 변화할 이유를 찾지 않는 법이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로서는 답답한 날이 늘어갈 뿐이다.
볼티모어가 또 이겼다. 13일(한국시간) 미국 볼티모어 캠든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서 먼저 5점을 주고도 뒷심을 발휘한 끝에 7-5로 승리했다. 21승12패로 동부지구 1위다.
볼티모어는 0-5로 뒤진 6회말 중심타선의 활약으로 2점을 만회하더니 7회말 대거 5점을 뽑아 승부를 뒤집었다.
주축 타자 매니 마차도는 5타수 2안타 2득점을, 4번타자 크리스 데이비스는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김현수를 밀어내고 주전 좌익수를 차지한 조이 리카드는 4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우익수 마크 트럼보를 제외한 8명의 타자가 안타 1개 이상씩 때려냈다.
볼티모어는 전통적으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2000년대 초반 "팬들은 5일에 한번 등판하는 투수보다 매일 출전하는 타자에 더 열광한다"는 발상 아래 강타자들을 모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에도 정상급 타자들을 꾸준히 배출해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마차도, 데이비스, 트럼보 등 거포들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애덤 존스도 최근 3경기에서 타율 0.333, 2홈런, 6타점, 5득점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최근 중견수에 존스, 좌익수에 리카드, 우익수에 트럼보를 배치하고 있다. 좌타자 페드로 알바레스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선다. 알바레스가 쉬는 날에는 트럼보가 지명타자를 맡고 놀란 레이몰드가 외야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계속 그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김현수가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시즌 초반 존스가 부상을 당했을 때 쇼월터 감독은 리카드를 중견수로 기용하면서 김현수가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 코너 외야수 자리를 맡기기도 했다.
누군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거나(지난 7시즌동안 간판타자였던 애덤 존스는 예외) 타선의 밸런스가 무너진다면 쇼월터 감독도 변화를 생각해볼 것이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그런 상황과 거리가 멀다. 리그 정상급 타격을 갖춘 팀이다.
좌익수 겸 리드오프를 맡는 리카드는 4월 중반 이후 출루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5월 들어 0.378의 수준급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볼넷-삼진 비율도 4월(4-20)에 비해 5월(5-7) 들어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또 미국 현지 언론의 시즌 전 보도에 따르면 볼티모어 감독은 다재다능한 타자 마차도를 리드오프에 기용하는 것을 두고 고민해왔다. 구단이 생각하는 최상의 타순은 2번. 또 리카드는 볼티모어에서 흔치 않은 유형의 야수라 그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볼티모어의 주전 좌익수는 리카드다.
결국 김현수는 앞으로도 출전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 제한된 기회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이제 5월 중순이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