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9일 새벽 4시쯤 광주 한 교회의 관리집사로 일하던 남자는 교회 앞에서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다.
"새벽 기도하는 신도들을 태우고 갔다 왔는데도 그 자세로 그대로 있으니까 깨워야 되겠구나 싶어 흔들어 봤더니 그 상황이 돼 있는 거예요." - 최초 발견자
날이 샐 무렵까지 어둠 속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간 이는 김남선(당시 51세) 씨였다. 김 씨는 그날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로 많은 피를 흘린 채 발견됐다. 사인은 외부충격에 의한 심한 머리 손상이었다.
당시 범행도구로 쓰인 벽돌의 잔해가 현장에 남아 있었다. CCTV영상도 확보해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김 씨가 살해되기 직전 모습이 CCTV화면에 포착된 것이다.
그런데 영상 속 김 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자가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 용의자의 모습은 의외로 절박해 보였다.
"용의자가 무릎을 꿇고 피해자에게 뭔가 사과를 하는 듯한 장면입니다. 피해자는 뿌리치려 하고 용의자는 피해자를 붙잡으며 빌면서 하소연하고 집에 못 가도록 말리는 형태의 CCTV가 나왔거든요. 뭔가 사연이 있다는 거죠." - 담당 형사
김 씨는 당시 중고엔진 수리회사에서 일하는 엔진 수리기술공이었다.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은 월세로 얻은 숙박업소였다. 김 씨는 혼자 살면서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면 퇴근해 늘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인근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다가 밤 12시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사건 당일 CCTV에 김 씨가 포착된 시간은 새벽 1시쯤이었다. 평소라면 김 씨가 숙소에 있을 시간이었다. 그의 일상에 균열이 간 이유는 무엇일까.
"기절초풍을 했네. 어제 저녁에 마지막까지 놀고 간 사람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 오락실 주인
◇ 제작진 앞으로 온 의문의 녹취파일…사건 해결 실마리?
"요즘 흔히 말하는 '묻지마 살인'이라면 모를까. 누구한테 원한 사고 그럴 사람은 절대 아니에요.”- 김 씨 지인
사건 발생 두 달 뒤, 김 씨가 사망한 교회에서 불과 3.2㎞ 떨어진 다른 교회 앞에서 또 다시 피살사건이 일어났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범인은 키 170㎝ 정도에 30대로 보이는 남성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김 씨에게 무릎을 꿇었던 CCTV속 남성과 체격, 연령대가 매우 유사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다시 두 달 뒤, 이번에는 10㎞ 떨어진 한 성당 앞에서 다시 피살사건이 발생했다.
"연쇄살인의 특징 중 하나가 냉각기를 갖는다는 건데 공교롭게 시기도 2개월 간격으로 비슷하고 장소성도 비슷한 점이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높다고…." - 광주 지역신문 기자
종교와 연관된 건물 앞에서 잇따라 일어난 세 건의 살인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날 김 씨에게 무릎 꿇은 남자와 뒤 이어 일어난 두 사건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김 씨 앞에 무릅 꿇은 남자는 7년째 잡히지 않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은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사건 관련 제보를 요청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제보방송이 나가고 며칠 뒤 제작진에게 녹취파일이 첨부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의문의 두 남자가 통화하는 녹취파일의 내용은 김남선 씨 살인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남1: 그 범인 안 잡혔다고 하드만.
남2: 결국은 못 잡았어요?
남1: 못 잡았지. 그 똘마니 잠수 타버렸잖아.
이 녹취파일은 7년이 넘도록 풀리지 않던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까, 아니면 수사에 혼선을 가져다줄 함정이 될까.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그 전말이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