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지역 이기주의에 빠진 '부자 자치단체'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에 일부 자치단체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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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자치단체의 지역 이기주의'인가? 아니면 '정부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인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재정 개혁 방안에 대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수원과 성남, 화성 등 경기지역 6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하향평준화하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10일 경기도의회에 출석해 "정부안을 살펴보니 일단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공감을 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내용과 형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방재정 개편안이 추진되면 지방자치는 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는 수원, 성남 등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은 전국의 모든 지자체를 하향평준화해서 재정 노예로 만드는 개악안"이라며 정부의 지방재정개혁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재정전략회의에서 밝힌 지방재정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행정자치부는 시군 간 재정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조정교부금이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도세의 27%를 인구(50%), 징수실적(30%), 재정력(20%) 기준으로 배분하고 있는데, 인구와 징수실적이 80%나 반영되면서 인구가 많은 자치단체에 조정교부금이 과도하게 교부되는 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혁안은 지방재정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추진이 가능하다.

행자부는 조정교부금 배분방식에서 인구의 비중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반면 재정력의 비중을 20%에서 30%로 높여 시군 간 재정력 격차를 완화할 방침이다. 특히 행자부는 경기도의 수원과 성남, 화성 등 6개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에 조정교부금을 우선 배분하도록 한 경기도 조례의 특례가 불합리하다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특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특례가 없었다면 6개 자치단체에 경기도 조정교부금의 32.9%(8,751억원)이 배분됐을텐데, 특례로 인해 52.6%(1.4조원)이 교부되는 불합리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행자부의 분석이다.

둘째, 행자부는 현재 전액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도세로 전환해 이를 시군에 재배분함으로써 시군 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소득세가 독립세로 전환되면서 법인지방소득세가 대폭 증가한 반면 특정 시군에 편중되고 세수 격차가 심화되는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법인지방소득세 제도 도입 이후 3년만에 법인지방소득세가 5.1조원이나 증가했지만, 화성시와 연천군의 세수 격차가 2014년 154배에서 지난해에는 325배로 오히려 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일부 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수원시는 정부의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으로 863억원, 법인지방소득세 50%의 도세 전환으로 936억원의 세수 손실 등 총 1,799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6개 자치단체들은 정부안이 관철되면 6개 자치단체에서 8,26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해 지역현안사업 추진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정부가 자치단체 간 갈등을 부추기는 지방재정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지방재정 확충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소비세율의 단계적 상향조정(현행 11%에서 16%)을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하고, 지방교부세율의 상향조정(19.24%에서 20% 이상)과 지방세 비과세와 감면 축소 등 재정확충 정책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것은 당면 과제다. 또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인 상황도 지방세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재정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가 '재정의 형평화'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방재정 확충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치단체 간 재정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지방재정법 제29조는 도세의 27%를 시군 간의 재정력 격차를 조정하기 위한 조정교부금의 재원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정교부금의 본질적 기능이 재정 격차 완화 즉 재정 형평화에 있음을 확인하는 조항이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 시군 간 재정력 격차 완화를 위해 조정교부금의 배분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또 지방교부세 불교부 자치단체에 조정교부금을 우선 배분하는 경기도의 특례도 개선해야 한다. 경기도의 특례 때문에 화성과 안양은 인구가 유사(화성 57만명, 안양 60만명)하지만 조정교부금은 화성(3,007억원)이 안양(724억원)의 4배가 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있다. 화성은 재정력이 좋아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라는 점을 알야야 한다.

법인지방소득세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들은 기업유치 노력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정부가 강제로 빼앗아 다른 자치단체에 획일적으로 나눠주는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유치에는 기초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도 함께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자치단체의 논리는 궁색하다. 기업유치를 위한 대표적인 유인책인 세금 감면의 경우 도세인 취득세 감면이 90.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광역단체의 기여도가 높다. 행자부는 제도가 개선돼도 법인지방소득세의 50%는 여전히 시군세로 운영되고, 나머지 50%도 전액 시군에 재배분하는 만큼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 감소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방재정 확충 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이 일부 자치단체의 주장대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정책은 아니다. 오히려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부자 자치단체들이 지역 이기주의를 버리고 가난한 이웃 자치단체들에게 재원을 나눠줄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때다. 상생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곳간을 열어 이웃에게 나눠줄 때 진정한 상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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