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에 따르면 검찰은 정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전관 출신 홍 변호사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4일 서울지방국세청 등에서 가져온 압수물에서 홍 변호사가 탈세를 한 정황을 포착했고, 정 대표를 통해 거액의 수임료에 관한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잘나가는 특수통 검사 출신이자 개업 후 연간 100억대 소득을 신고하는 등 서초동 일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변호사'를 소환하기에는 아직 카드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도 전날에 이어 홍 변호사 사무실의 회계책임 직원을 불러 탈세 여부 및 사건을 수임하고 받은 액수를 상세히 조사하는 등 홍 변호사의 주변에 대한 수사망을 차근차근 좁혀가고 있다.
홍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의 수석변호사들도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홍 변호사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검찰은 홍 변호사 측에 소환 일정을 통보하지 않았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선임계 없이 변론활동을 하고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등 변호사법 위반 행위를 하고도 관할 세무 당국에 성실히 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정 대표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활동한 내역을 중심으로 탈세 의혹 등 제기되는 의혹 전반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에 관해)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우선순위로 볼 예정"이라며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활동을 했다는 의혹이나 탈세 의혹 등 제기되는 의혹을 다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요할 경우에는 정운호 대표의 사건을 담당하면서 홍 변호사와 접촉한 검사 등 '제 식구들'에 대한 수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수사 개시 직후 첫 압수수색에서 홍 변호사를 제외하면서 제기된 '제 식구 봐주기 의혹'을 의식한 대응으로 보인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2012년부터 원정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때부터 변호에 나서 불기소 의견 송치와 2014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까지 끌어내는 과정에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정 대표가 지난해 100억 원대 원정 도박 혐의로 다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된 뒤 1심 재판을 받을 때도 일종의 '방패'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판에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고 서류 한 장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소 전 수사 단계에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 때마다 홍 변호사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담당 검사 등이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접촉한 검찰 관계자들도) 필요하다면 다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성역 없는 수사를 예고했다.
다만 "홍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다 조사하는 것은 변호사의 권리 침해"라며 "비리나 로비에 연루된 정황이 있거나 변호사법 위반 등 범죄혐의에 연루된 경우(에 한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한 정 대표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를 상대로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최 변호사는 재판부와의 교제 또는 청탁 명목으로 정 대표와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필요할 경우 구속수감 중인 정운호 대표와 대질을 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달아난 정 대표 측 브로커 이모씨와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로 알려진 또 다른 브로커 이모씨의 신병 확보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정 대표와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브로커 이씨의 경우 홍 변호사의 고교 후배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