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근기 (곡성 군수)
그런데 이 영화 때문에 뜻밖에 난처해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전라남도 곡성의 주민들입니다. 지역 이름이 범죄 스릴러 영화의 제목과 같다 보니 산 좋고 물 좋은 곡성 지역이 괜한 오해를 받는 게 아니냐, 이런 걱정인데요. 그러자 곡성 군수가 나서 글을 하나 기고했는데 그 글이 지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곡성군수 유근기 군수를 직접 만나보죠. 곡성 군수님, 안녕하세요?
◆ 유근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영화 제목만 곡성이 아니고 실제 촬영도 곡성에서 이루어진 건가요?
◆ 유근기> 곡성 경찰서 그리고 또 곡성의 산골 마을, 또 우리 섬진 강변, 함양 등지에서 이렇게 촬영이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곳곳에서. 그런데 그 영화 촬영을 허락을 하셨던 거잖아요. 애초에?
◆ 유근기> 처음에 오셔서 이렇게 영화를 찍겠다는 말씀을 주셨는데, 달리 반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때에는 내용 자체도 몰랐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죠.
◆ 유근기> 그렇죠.
◇ 김현정> 그럼 언제 아셨어요?
◆ 유근기> 촬영하면서 알았습니다.
◇ 김현정> 촬영을 하는데... 뭔가 배우들이 표정이 어둡고?
◆ 유근기> 저보다도 우리 주민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을 했고요. 촬영장에서 본 주민들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또 그 글을 보고 우리 향우님들이 걱정을 하고 그랬죠.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 걱정을 하시던가요?
◆ 유근기> 곡성 이미지가 나빠져서 우리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농산물이 안 팔리지 않을까? 이러다가 자식들이 고향을 안 내려오면 어떡하냐, 이런 말씀들도 하셨고요.
◇ 김현정> 집값 떨어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도 하시고요?
◆ 유근기> 그렇죠. 또 우리 지역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시는 곳인데 관광객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들을 하셨습니다.
◇ 김현정> 허락한 촬영을 다짜고짜 그렇다고 해서 막을 수도 없고 참 난처하셨겠어요?
◆ 유근기>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영화사 측에 주민들의 이런 우려를 일단 전달하셨다고요?
◆ 유근기> 네, 제작사에게는 제목에 한자를 병기하도록 했고요. 영화 끝에 ‘곡성 지역과 무관하다’는 자막을 내보내도록 요청을 했고요. 제작사에서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는 화제가 된 게 지역 신문에다가 군수님이 직접 기고문을 내셨어요.
◆ 유근기> 네.
◇ 김현정> 저는 화제가 됐다길래 항의의 글을 쓰신 건가 했더니 뜻밖에도 제목이 ‘위기를 기회로 삼자.’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이런 글을 쓰셨어요.
◇ 김현정> 왜 막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셨어요?
◆ 유근기> 물론 소송을 하거나 그럴 수는 있겠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조금 생각을 달리 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랄까요? 1991년도에 일본 아오모리 현의 사과농장이 태풍으로 인해서 사과가 90% 낙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실의에 빠지지 않고 그 남은 10%를 합격사과라는 이름으로 ‘태풍에도 견뎌낸 합격사과’ 이렇게 마케팅을 해가지고 10배 이상의 비싼 값을 받아서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는 걸 보고요. 우리도 마침 저희가 장미축제가 또 5월 20일부터 열립니다. 29일까지 열흘 간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기 때문에요. 이걸 잘 활용하면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이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영화 곡성이 유명해지면 ‘그 마을 찾아가 보자.’ 하면서 더 많은 외지인들이 관광객들이 몰려들지 않겠는가, 좀 좋게 생각해 보자 이런 말씀이세요?
◆ 유근기>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곡성을 와보신 분들은 곡성은 전혀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요. 곡성을 와보지 않은 분들은 곡성을 궁금해서라도 찾게 될 거다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 김현정> 그런 긍정의 사고방식으로. 영화에서는 범죄가 줄줄이 일어나는 마을로 묘사가 되지만 실제로는 범죄 없는 마을로 유명하다면서요?
◆ 유근기> 그렇죠. 광주지방검찰청이 1980년대부터 전국 특수시책으로 시행해 오고 있는 ‘범죄 없는 마을 선정’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2000년도부터 9회 연속 전체 범죄 없는 마을 선정에 60%를 곡성군이 차지한 거죠. 그렇게 평화로운 ‘효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하필이면, (웃음) 그 영화는 여기서 촬영을 했을까요. 참 아이러니한데요. 여하튼 제가 곡성을 두어번 가봤는데 군수님 나오셨으니까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씀이 아니고 진짜 좋더라고요.
◆ 유근기> 그렇죠. 여기 처음 오신 분들은 제가 꼭 느낌을 물어보는데 외갓집에 온 기분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김현정> 섬진강 따라서 기차를 쭉 타고 다녀오니까 진짜 기분 좋던데요?(웃음)
◆ 유근기> 네. 좋죠. (웃음) 우리 섬진강요. 음악의 오선지하고 같습니다. 강이 흐르죠, 자전거길이 있죠, 도로가 있죠. 기찻길이 있죠, 철길이 있죠. 다섯 개의 길이 흐르고 있습니다.
◆ 유근기> 곡성이요. 사계절 다 좋습니다마는, (웃음) 딱 짚어서 얘기하면 봄이 제일 좋습니다. 봄에는 매화꽃부터 시작해서 벚꽃, 철쭉 그다음에 입합 나무, 장미, 계속해서 꽃이 피는 곡성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곡성 좋은 고장이죠. 화 때문에 어떻게 할까 울상 지을 게 아니라, 영화가 칸에도 초청받았다고 그러니까요. 영화촬영지 곡성도 덩달아 유명해질, 그래서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이런 일이...
◆ 유근기>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웃음)
◇ 김현정> 기대해 보겠습니다.
◆ 유근기>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군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유근기> 네. 정말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영화 곡성으로 갑자기 더 화제가 됐죠. 곡성 군수 유근기 군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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