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강요배 "땅 내력 알아야 제주자연 제대로 느낀다"

10代에서 최근까지 작품 전시…"마음의 풍요 위해 제주 찾아야"

화가 강요배는 제주 자연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으로 "땅에 대한 관찰, 땅의 내력 그리고 시간속의 역사와 사람에 대한 사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김대휘 기자)
제주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강요배가 4월 15일부터 7월 10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시간 속을 부는 바람'이라는 주제로 초대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남다른 이유는 10대에 그린 그림에서부터 최근 작품까지 골고루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강요배 화가는 "어떤 특정 시절의 작품을 좋아하기 보다는 인생의 흐름이 펼쳐진 것, 말려있는 것이 펼쳐진 것"이라며 "지난 시간 모든 것을 동등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최근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는 것은 현대인들이 피붙이 고향이 아닌 마음의 고향을 찾기 때문이라며, 마음을 풀고 자연 앞에서 호연지기를 만나는 것, 제주가 그런 자연을 제공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의 자연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 위해서는 "시간을 머금고 있는 형상을 봐야 한다"며 "땅에 대한 관찰, 땅의 내력 그리고 시간속의 역사와 사람에 대한 사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제주CBS 시사매거진제주(FM 93.3/서귀포 90.9 (평일 17:05~18:00)) '현장에서 만난 사람'이 강요배 화가를 만났다.

다음은 강요배 화가와 일문일답.

◇ 이번 초대 전시회 제목이 '시간 속을 부는 바람'이다. 어떤 의미인가?

= 바람은 동서남북으로 분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멋 옛날부터 불어온 것이다. 먼 옛날 조상, 선대로부터 불었던 바람이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10대 시절 그림에서 최근 작품까지 전시됐다. 지금은 제가 65세다. 이것을 펼쳐서 들여다 보자는 기획취지가 있다. 저도 과거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어느 시대 작품이 좋은가?

펼쳐놓고 보니 어느 시대를 특별히 좋아하기 보다는 인생의 흐름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말려있는 것을 펼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펼쳐놓고 보니 어떤 것은 삭제하거나 어떤 것은 도드라져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더라. 그냥 인생을 살면서 나온 것 같다. 펼쳐진 인생에서 전체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 '동백꽃지다' 이후 최근 작품의 변화는?

사회적 정치적 변동에 따라서 관점이 달라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 인간으로 연관성을 볼 때는 그것이 대단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단지 동백꽃지다는 제주 4.3의 아픔, 사연을 나름대로 그린 것, 일종의 보고서와 같다. 그 작품들이 좀 부각되긴 했지만, 어린 시절에는 몰랐고, 전체적인 맥락을 모를 수 있다. 직접 경험자가 아닌 사람으로 공부하고 보고서를 내 놓은 것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나 자연을 넓게 경험하고, 살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다.

◇ 평소 많은 독서를 하는데 독서가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 제주에 산다는 것은 옛날에는 변방의 작은 섬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주에 살면서도 여러 가지 정보망을 갖게 된다. 구하고 싶은 것도 구하고 검색을 통해 천하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지금 제주도는 정보 측면에서 외진 곳이 아니다. 자연 환경이나 역사적인 내력이나, 현상학으로 볼 것이 많다. 제주도 살면서 전 세계적인 이슈나 학술적인 것을 소박하게 공부할 수 있다. 그래서 물감 마르는 시간동안 책을 읽고 그런다.


◇ 많은 분들이 작품 '창파(滄波)'를 좋아 한다 설명을 부탁한다.

= 형상은 파도가 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통해 노린 것은 소리, 파도의 소리다. 싹 긁히고, 휙 가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형상일 뿐이다. 그림 속에서 소리가 들려올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제주의 자연은 소리를 빼면 이상하게 보인다. 이 풍경화는 소리를 형상화 한 것으로 보면 된다. 지금 설명하는 입장에서 소리가 중요하다. 결국 바람이 있어야 소리가 난다. 피리도 불어야 소리가 나고, 풀잎이 스치는 소리,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 이런 소리가 가득 찬 것이 풍경이다.

강요배는 그림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사진=김대휘 기자)
◇ 제주를 찾는 이주민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고향을 떠난 분들이다.

= 현대 사회에서 고향이나 타향을 (구별해) 생각하기는 그렇다. 지난 시절에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고향이 있지만 현대사회는 실질적인 고향이 많이 변하게 된다. 결국 자기 체류에 적합한 공간을 찾는 것이 요즘이다. 현대적인 고향은 자기 심성에 맞는 스페이스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는 어떤 결핍을 보충하기 위한 것일까?

= 그렇게 생각한다. 고향을 찾는 것은 피붙이 고향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향일 것이다. 정신적 고향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막장 드라마가 아닌 한, 인간 드라마로서 호연지기, 마음을 풀기 위한 자연과의 만남을 제공하는 곳이 제주라고 생각한다.

◇ 최근 작품인 2015년 '운산(雲山)'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 풍경이라는 것은 모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대자연 앞에 서면 큰 흐름, 큰 기운을 느끼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현재 작업실에서 먼 한라산 봉우리에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린 것이지만 꼭 어떤 것을 잡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을 달래는 것이고, 마음 공부의 방법으로 구름을 섞어서 그린 것이다.

◇ 한라산 자체 형상을 그리지 않는 이유?

= 형상이 중요하지만 형상을 쫒다보면 그 기운을 놓친다. 형상이나 모양보다는 큰 기운 어떤 큰 느낌 같은 것. 바람이 휙 지나가는 것. 파도가 치는 소리가 중요하다. 꼭 모양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운이 되살아가는 느낌, 거대한 절벽에서 파도가 치는 것은 모양보다는 힘, 기운이 중요하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다보니 약간 형태가 얼버무려 진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무엇이다' 라고 말하기보다 '어떤 마음에게 나온 것'을 보고 어떤 측면을 보았는지 말하고 싶다.

지난 10일 제주도립미술관 자신의 작품 앞에 선 화가 강요배.(사진=김대휘 기자)
◇ 반대로 2013 작품 '동(DONG)'은 상당히 정적이다.

= 노을은 아침 노을도 있고 저녁 노을이 있는데 과학적으로는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아침에 새벽 잠깨고 보는 것과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할 때 보는 것은 다르다. 사실은 과학적으로 비슷하다. 동트는 장면이다. 동트는 장면을 가만히 관찰하면 빨주노초파남보라는 무지개 색이 스며든 것을 볼 수 있다. 정적인 모습이다. (작품 '동'은 동터온 새벽에 바라본 바깥 풍경이다)

◇ 최근 제주사회나 시사적인 것에 갖는 관심은 무엇인가?

= 많은 분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제주도의 자연환경, 인문환경을 좋게 느끼는 것 같다. 옛날에는 살기 어려운 땅이었고 척박한 땅이라고 표현했는데, 지금은 사는 것이 그렇게 도시중심, 경쟁중심, 시간의 척박함이 아니다. 젊은 분들이 많이 오니 좋다.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풍요로 가면 좋겠다.

◇ 제주의 자연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을 말한다면

= 땅에 대한 관찰, 풀에 대한 관찰, 역사나 그 땅의 내력, 구체적으로는 4.3이나 그 전의 시간속의 역사들과 사람들을 사색하면 좋겠다. 돌담을 언제 어떻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검질(김-잡풀)을 매는가 하는 그런 것을 사색하는 공간이 되기 바란다. 오랜 시간 지난 것, 공간이 형상된 것이 시간을 머금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좋겠다.

◇ 앞으로 작품 활동은?

= 예술가는 자기 방식, 자기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나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다. 더 정진하려고 한다.

◇ 그림을 볼 때 필요한 마음은?

= 작품을 만든 사람은 보는 사람을 위해 충분히 노력해야 한다. 보는 사람은 여러 면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은 천하의 어떤 사람이 와도 일초 만에 알 수 있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 그런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오늘 많은 설명을 했지만,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 일초 만에 (설명이) 끝나는 그림, 일별(一瞥)의 느낌이 좋으면 전체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화가로서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마음의 해방, 소리 공부, 마음 공부 나름대로 드러내고 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앞으로 이런 관점에서 작품을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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